[WTO체제하의 통신개방]4.전자상거래시대 대비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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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이 세계무역기구 (WTO) 협상에서 진정으로 노린 것은 전자상거래 (EC) 다."

최근 WTO협상을 지켜본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이 말하고 있다.

WTO협상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뤄진 금융.유통.통신 등 세분야가 만나는 곳에 EC가 있다.

EC는 인터넷등 컴퓨터망에서 이뤄지는 기업과 기업, 기업과 소비자간의 경제행위 일체를 의미한다.

미국의 목표는 이같은 EC의 주도권 확보라는 것이다.

데이콤 박재천 (朴在天.경제학박사) 기획관리 상무는 "개방시대의 지구촌 상거래를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해 자신의 영향력에 두려는 것이 미국의 의도" 라고 말한다.

지난 94년 4백60달러 규모에 불과했던 전세계 인터넷 EC시장규모는 2000년 8천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국내의 EC에 대한 준비상황은 불모지일 정도로 미흡해 수출경쟁력의 급속한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EC활성화에 필수적인 금융.유통분야의 경쟁력강화가 우선 시급하다.

한국전산원 이석한 (李石漢) 기술지원단장은 "EC는 유통혁명을 동반하기 때문에 물류인프라가 EC를 받아들일만큼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EC로 거래된 제품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달돼야 하는데 국내 물류기업이 미국 DHL만큼 신속.정확한 서비스를 할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금융업종의 경쟁력도 문제. 개방시대에는 자본이 국경없이 광속 (光速) 으로 이동한다.

약간이라도 이자가 높은 국가로 자본이 순식간에 이체된다.

EC체제의 도입으로 금융체제가 안정된 미국등으로 자본이 몰리면 금융시장이 취약한 국내시장에는 극단적인 자금부족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朴상무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보험.예금상품등 다양한 EC금융기법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는 미흡하다" 고 말한다.

EC도입의 필수요건인 전자화폐 도입도 부진하다.

네덜란드 디지캐시사의 E캐시, 인터넷 전자우편으로 대금을 지불하는 미국 퍼스트버추얼등 전자화폐의 시범사업이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EC를 도입하기 전에 다양한 시범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 정경원 (鄭卿元) 지원과장은 "오는 2000년에는 EC를 통하지 않고는 선진국에 수출하기도 어려워질 것" 이라며 "EC의 본격 도입을 앞두고 문제점파악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해봐야 한다" 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95년 2백억달러의 물품을 EC로 구입한데 이어 올해부터 연방조달망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달부터 20개 공공기관을 연결하는 전자조달시스템이 시험가동에 들어갔을 뿐이다.

이민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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