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지구 온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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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극의 얼음이 녹기 시작해 북극곰이 사라진다.

알래스카에선 영구동토층이 녹아 산사태가 일어나고 지반이 내려앉아 송유관.도로.가옥이 붕괴한다.

캐나다.러시아 삼림지대는 고온과 가뭄으로 나무들이 말라죽는다.

알프스산맥 스키장들은 눈이 없어 문을 닫고, 지중해는 해수면 상승으로 해수욕장들이 사라진다.

인도양 몰디브섬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3분의1이 물에 잠긴다.

얼마전유엔이 주관한 국제회의에서 과학자 2천5백명이 진단한 2050년 지구의 모습이다.

지구 온난화가 지금 상태대로 계속되면 피할 수 없는 재앙이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은 이산화탄소다.

대기중 이산화탄소 양은 매년 1%씩 늘고 있다.

지난 92년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백55ppmv였다.

산업혁명 이전엔 2백80ppmv에 불과했다.

20세기 들어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0.6도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21세기말엔 섭씨 2도가 상승, 해수면이 50㎝ 올라간다.

한쪽에선 홍수가 나고, 다른 쪽에선 한발과 열파 (熱波)가 덮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중남미에서 일어나는 엘니뇨 현상도 지구 온난화 때문이란 것이 정설 (定說) 이다.

지구 온난화를막기 위해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이익이 걸려 있는 문제라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인구를 비교하면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세계 인구의 4.7%를 차지하는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며, 세계 인구의 21.5%를 차지하는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3.5%를 차지한다.

일본은 2.2% 인구에 5.6%의 이산화탄소, 한국은 0.8% 인구에 2.2%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유럽연합 (EU) 은 201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15% 줄일 계획이며, 일본은 5% 줄일 계획을 세웠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2000년까지 지난 90년 수준으로 묶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 약속 이행을 시사했으나 기업들의 강력한 반대로 주춤하고 있다.

오는 12월 일본 교토 (京都)에 21세기 기후변화협약 체결을 위해 1백60개국 대표들이 모인다.

국가이익보다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머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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