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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문건’ 파장 “성상납·술접대 거론 인사 10명 소환조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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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잿더미에서 살아난 문건=장씨의 유족인 친오빠(32)와 언니(34)는 경찰에서 “유씨와 함께 문건을 불태웠다”고 진술했다. 유족에 따르면 12일 오후 6시 전 매니저인 유모(29)씨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에서 만났다. 유씨는 대웅전 뒤편의 땅을 판 뒤 봉지에 싸인 문건을 꺼냈다. 유씨는 “장씨 소속사 대표인 김모(40)씨가 (문건을) 노리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유족은 ‘장자연 문건’을 처음으로 본 것이 이때라고 했다. 유족은 문건을 달라고 했지만 유씨는 “이 자리에서 태우지 않으면 도로 가져가겠다”고 버텼다. 결국 유족은 문건을 태우기로 결정했다. 유족은 문건이 잿더미로 변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문건은 다음 날인 13일 방송 뉴스를 통해 공개됐다. 소각한 문건과 별도의 문건이 존재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 보도된 문건과 우리가 봤던 문건은 문장 부호 등이 일부 다르다”고 말했다.

◆문건 유출 공방=유족 측은 문건을 유출한 이가 유씨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 측은 “자연이가 숨진 뒤 유씨가 여러 차례 찾아왔다”고 했다. 유족에게 “장씨는 우울증으로 죽은 것이 아니다”며 “죽음의 원인을 입증할 문서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건을 언론에 공개하자”며 여러 차례 유족을 설득했으나 이를 거부했고, 이러는 동안 ‘저는 힘없는 배우일 뿐’이라는 일부 내용이 언론에 나왔다는 게 유족의 설명이다.

반면 유씨 측은 자신은 문건을 유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유씨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다. 유씨는 입원 직전인 13일 오전 경찰 조사에서 “불에 태운 뒤 문건을 어디에도 유출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문건이 뉴스에 보도되자마자 그는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죽이려 하느냐. 문서를 방송국에 넘긴 것 아니냐”고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언론에 문건을 넘기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문건 작성 배경은=장씨는 문건을 작성한 지난달 28일 선배 A씨(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장씨는 평소 A씨를 친언니처럼 따르고 고민이 생길 때마다 찾아가곤 했다. 당시 장씨는 A씨에게 “유씨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며 하라는 대로만 하면 계약 해지를 해주고 보호해주겠다고 해서 괴롭힘 당한 내용을 쓰고 지장을 찍었다”고 말했다. 유족 측도 “나중에야 유씨와 현 소속사 대표가 소송 중이란 걸 알았다”며 “유씨가 자연이를 이용하기 위해 작성하게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문건 작성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내용 진위는=연예계 일각에서는 문건에 유력 인사 10여 명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등 문건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씨도 사고 직후부터 “자연이가 힘들다며 자주 찾아왔고 6장짜리 문건을 써서 나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유족은 문건의 내용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유족은 “평소 자연이의 성격을 볼 때 그런 식으로 누구를 공격한다는 건 믿기 어렵다. 아마도 누가 옆에서 내용을 불러 주고, 받아 쓰게 한 뒤 지장만 찍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타를 당하거나 술자리에 불려 갔다는 등의 내용은 가족들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얘기”라며 “자연이는 집에서는 좋은 이야기만 했다.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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