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국사 의천이 간행한 '교장(敎藏)'사진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義天.1055~1101)이 간행한 '교장(敎藏)' 원본 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박상국 예능민속연구실장은 일본 나라(奈良)시 도다이지(東大寺)에 보관 중인 교장 원본인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大方廣佛華嚴經隨演義)'를 촬영한 사진을 22일 공개했다. 교장 원본은 그간 일본 측에서 공개를 꺼려 학자들조차 접하기 어려웠다.

흔히 '속장경(續藏經)'으로 불리는 교장은 의천이 11세기 말~12세기 초 송(宋).요(遼) 등 동아시아 각국에서 수집한 불교 각 종파의 경전 연구서를 목판인쇄해 간행한 것. 공개된 교장은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대방광불화엄경의 연구주석서로 의천 생존 당시 일본 측의 요청으로 보낸 일부가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간행기에는 1094~1097년 흥왕사에서 제작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수천권의 교장이 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남아 있는 원본은 도다이지에 40권, 도쿄 다이도큐 문고에 1권뿐이다. 국내에는 조선 세조대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중수본 등 원본을 필사해 후대에 재간행한 20여종만이 남아 있다.

박 실장은 "원본의 필체나 인쇄 상태가 국내의 중수본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 의천이 국가적 사업으로 펼친 교장 간행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의천이 편찬한 것은 경전에 대한 연구서로 대장경류와는 다르다"며 "'속장경'이 아닌 '교장'이 정확한 명칭"이라고 강조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