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고교 평준화 -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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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평준화교육의 보완책인 특수목적고가 비교내신제 갈등에 휩싸인 가운데 자민련 김종필 (金鍾泌) 총재는 대선후보토론회에서 평준화교육 폐지를 재강조, 논란이 재연됐다.

이에 대해 유지론자들은 평준화는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틀로 뿌리를 내린 상태라며 그 부작용은 보완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특수목적고 졸업생의 대학진학때 적용되던 비교내신제 를 99학년도부터 더 이상 대학에 요구하지 않겠다는 정부 차원의 비교내신 적용 폐지 입장이 확고하고, 입시제도 보완방안을 내놓은 서울대도 비교내신 적용만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비교내신제 적용을 기대하고 과학고.외국어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집단자퇴를 기도하고 있다는 보도다.

정말 딱한 일이다.

문제의 발단은 고등학교 평준화제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시작해 올해로 시행 23년째를 맞고 있는 이 제도 아래에서는 과학.외국어와 같은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우수학생을 효과적으로 교육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과학고와 외국어고는 이러한 고등학교 평준화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국가로서는 이 분야의 인재를 보다 효과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다.

비교내신제 폐지를 놓고 특수목적고 학부모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의 고등학교 평준화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다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특수목적고가 그대로 두면 넘어질지도 모르는 평준화제도의 버팀목이란 것이다.

따라서 비교내신제와 같은 일종의 특혜를 주어 특수목적고의 존속과 발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비교내신제를 폐지하는 것은 일반고등학교와 형평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따라서 특수목적고 학생들은 평준화제도의 희생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집단자퇴라는 자해행위와 평준화제도의 폐지 주장은 뿌리가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입시 때문에 평준화제도가 손상돼서는 안된다.

어떤 학생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대학에 의해 결정될 일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본다.

대학이 다양한 기준에 의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상황에서는 비교내신제 적용이란 더 이상 가능한 일이 아니며, 설혹 평준화제도를 폐지한다 하더라도 비교내신제 적용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선후보중 한 사람인 특정 정당의 총재가 한 후보초청 토론회에서 고등학교 평준화제도 폐지를 주장했다고 한다.

이 제도는 이미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제도로 뿌리를 내렸고, 누구도 고등학교의 경쟁입시가 부활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평준화교육은 고교과정까지는 국민보통교육이라는 목적과도 부합될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특히 평준화교육이 폐지되면 나타날 부작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중.고교 입시가 부활됨으로써 과외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이며, 이로 인한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또 현재의 근거리학교 배정원칙이 깨져 대도시의 교통문제도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평준화의 부작용은 각종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부터는 수준별 교육과정과 절대평가가 도입되고 있어 명실상부한 고등학교 평준화제도가 실현될 수 있는 여건이 과거 어느 때보다 성숙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등학교 평준화제도 폐지 주장은 앞으로 더욱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생각된다.

평준화교육의 폐지는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으로 실천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박부권 <동국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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