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을 뗐다, 학습지 시장을 흔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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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회 대표이사와 직원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좌측 하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양 대표, 공아름(84년생), 김기웅(80년생), 이일영(83년생), 박광수(82년생), 이혜리(82년생), 김세희(76년생). [김도훈 인턴기자]

장래성 없고 임금이 적어 중소기업에 가기 싫다는 젊은이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중소기업에선 인재난이 심각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취업대란 시대에서는 대기업만 고집할 게 아니다. 잘 찾아보면 고정관념을 넘어선 작은 회사가 많다. 창의성과 열정이 있다면 대기업 못지않은 대우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자, 이제부터 그런 알짜 중소기업을 탐방해 보자.

문병주 기자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박화준(38)씨는 지난해 11월 교육전문 중소업체인 ‘비유와 상징’으로 일터를 옮겼다. “8년 넘게 직장을 다녔는데,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답답했다”는 게 이직 이유다. 자신의 뜻이 많이 반영되는 업체를 선택하겠다고 생각하니 중소기업 위주로 직장을 고르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채용 사이트에 난 공고를 보고 이 회사 경영본부에 지원서를 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서류를 내 1차 면접인 실무자 면접을 하러 간 박씨는 당황했다. “일반적으로 실무자 면접이라면 팀장이나 임원급 위주로 면접에 참여할 줄 알았는데 제가 지원한 인사팀 직원들이 모두 들어온 겁니다.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모습에서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는 문화를 느낄 수 있었죠.” 더군다나 실무 면접관으로 참여한 사람 중 누가 직장 선배고 후배인지 알 수도 없었다. 그는 이 회사에는 대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직급이 같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인재개발부의 최윤희(36ㆍ여)씨는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단위를 최소화해 개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모두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동일한 기획자”라고 말했다. 교육 관련 콘텐트를 개발해야 하는 특성상 자율성과 창의성이 특히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회사에서는 ‘회의’라는 말 대신 ‘통(通)’이라고 한다. “우리 통합시다”라고 하면 회의를 하자는 말이다. 최씨는 “회의라고 하면 아무래도 수직적인 의사소통 분위기가 있어 서로의 의견을 소통한다는 의미로 이 단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1인 기업에서 직원 420명으로=이 회사의 계열사인 ‘비상아이비츠’에 올 초 입사한 윤정검(26ㆍ여)씨는 “회사의 성장 속도와 재무구조를 보고 선뜻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765억원.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액이 51% 늘었다. 양태회(45) 대표가 창업 10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양 대표는 1997년 단돈 40만원으로 6.6㎡ 넓이의 상가 사무실에서 직원 한 명 없이 일을 시작했다. 변변한 학원용 교재가 없던 98년, 그는 ‘한 권으로 끝내기(국어)’를 발간해 이름을 알렸다. 이 교재는 2006년에 들어 누적 판매량 1000만 권을 돌파했다. 2005년 2월 첫선을 보인 과목별 학습서 ‘완자(완벽한 자율학습서)’ 시리즈도 최근 판매 부수 1000만 권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프랜차이즈학원 사업에 진출하고 중ㆍ고등 온라인 강의 사이트를 강화하는 한편 모의고사 평가기관인 비상교평을 설립했다. 회사가 커지니 고용도 늘릴 수 있었다. 계열사를 제외한 비상 본사에서만 105명을 더 뽑아 임직원 수가 300명이 됐다. 계열사까지 합하면 420명 규모의 회사다. 양 대표는 “올해 가장 큰 계획은 우리 회사 교과서의 채택률을 높여나가는 것”이라며 “사교육업체로서 시장에 접근했지만 이제는 공교육에 기여하는 업체로서 신뢰도를 높여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남녀 차별 없는 임금 구조=이 회사의 대졸 초임은 연 2700만원 정도다. 개인 능력과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고 회사의 실적에 따른 보너스도 있다. 지난해에는 회사 실적에 따른 보너스만 월 기본급의 200%였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다면평가를 실시한다. 복리후생도 다양하다. 개인 능력개발비를 1년에 최대 120만원 지원하고 이 중 30만원까지는 여행이나 공연관람비로 사용할 수 있다. 5년 장기 근속자에게는 4주간의 안식휴가를 준다. 주택자금과 긴급자금 대출은 물론 특별종합건강검진 비용의 70%를 회사가 부담한다. 특히 이 회사는 남녀 관계없이 동일한 연봉체계를 적용한다. 공부연구소의 김정연(34·여)씨는 “수유실을 만드는 등 여성을 위한 복지가 좋아 아이를 낳고 복귀해 회사에서 활약하는 여성 선배가 많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노동부에서 주는 남녀고용평등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업무 부담은 많은 편이다. 교재혁신부의 김세희(33ㆍ여)씨는 “철저한 책임제라 업무의 질과 양에서 압박이 있다”며 “야근이 잦지만 회사 차원의 강요는 없고 자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분석과 적극성 알려야=채용은 필요한 인력이 있으면 수시로 한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실무진과 사장 면접을 거쳐 채용된다. 인사 담당자인 박병근(43)씨는 “교육 관련 일을 한다는 자긍심과 적극성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강의 기획자, 교재 개발자는 학업성적이나 교과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채용 기준”이라고 말했다.

방학 때 서울 및 수도권 대학과 협약해 진행하는 청소년직장체험연수 프로그램을 거치면 서류심사 합격의 혜택을 준다. 지난해 6월 브랜드전략부에 입사한 김주희(29ㆍ여)씨는 “회사 홈페이지와 신문광고물을 찾아 어떤 회사인지 조사했다”고 말했다. 지인들을 통해 회사의 평가를 듣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교재가 얼마나 잘 팔리는지 직접 대형 서점을 찾아 현장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준비하면서 얻은 정보가 면접 때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전했다.



인재 채용은… 양태회 사장

중요한 건 삶에 대한 열정
‘혁신 즐기는 리더’형 원해

양태회 비유와 상징 사장은 “열정을 가진 리더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인재를 채용하나.

“비유와 상징의 인재상은 ‘우리 모두는 리더’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다른 사람을 지휘하는 리더가 아니라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성숙한 인간됨을 바탕으로 동료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회사의 성장 과정과 미래, 직원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정리한 인재는 ‘혁신을 즐기는 리더’ ‘프로의식을 갖춘 리더’ ‘성숙한 소통을 하는 리더’다.”

-회사의 특성과도 관계가 있나.

“모든 회사가 그렇지 않겠지만 창의적 교육과 관련해서 더욱 그렇다. 회사의 제품력과 강력한 브랜드파워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채용할 때 많이 고려하는 부분은.

“교육 관련 업무경험은 물론 사회공헌활동 등 세상과의 다양한 소통, 삶에 대한 열정이 중요하다. 폭발적인 열정을 발휘해 자신의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을 원한다.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스스로를 경영하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과거 직무 경험에서 무엇을 학습하고 개선하고 또 노력했는지가 강조된다.”

-어떤 방식으로 채용하나.

“인력은 필요로 하는 부서에서 요청서가 오면 홈페이지ㆍ채용 사이트 등에 공고를 내고 채용한다. 직원들의 추천을 통해 뽑기도 한다.”

-직원들의 추천을 받는 이유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미 검증받은 이들이다. 같이 일할 사람을 미리 인간관계를 맺어온 직원이 추천한다면 믿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서류에 나타난 단순한 자기소개나 경력보다는 실증적이다.”

문병주 기자


비유와 상징은…

설립: 1997년 12월 종업원 수: 계열사 포함 420명(2월 현재) 자본금: 9억원 2008년 매출: 765억원

주요 사업

-초ㆍ중ㆍ고등 학습도서

-교과서 발행 사업

-이러닝(온라인 교육) 사업

-독서토론논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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