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홍성용 교수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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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교육정보원에서 로봇영재교육에 나선 로봇 권위자인 KAIST IT영재교육원의 홍성용 교수(사진)에게서 로봇 산업과 인재 육성에 대해 들었다.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로봇영재교육 대상에 선발된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은.
 “로봇을 만들기 위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래밍과 창의력·응용력이다. 교육은 세 개로 구성된다. 하나는 로봇 인성교육으로 로봇의 원리와 로봇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배운다. 둘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래밍으로 로봇의 동작 원리를 알아본다. 마지막은 로봇제작과 실험을 통해 로봇이 인간 생활에 미칠변화와 대처에 대해 논의한다.

-초·중·고교에서 방과후학교나 실업계 전공으로 이미 로봇교육을 해오고 있다.
 “기존 교육은 기계나 전기·전자에 치우쳐있다. 로봇 산업이 그동안 반복 작업, 기계공학 등 하드웨어 면에서 발전돼 왔기 때문이다. 앞으론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고 인간 생활에 밀착된 로봇 개발이 필요하다. 청소·댄싱·음악연주·간병 등을 하는 로봇 탄생이 그 예다. 그러나 초·중학교의 기존 특기적성교육은 로봇조립 체험에 그치고 있다.

-로봇영재교육은 무엇이 다른가.
 “먼저 VPL(Visual Programming Language) 기반의 시뮬레이션으로 로봇의 원리를 배운다. 로봇을 만들지 않아도, 다양한 기능들을 실험·응용할 수 있다. 이어 시뮬레이션 내용으로 실제 로봇을 제작해본다. 교육은 한발자국 더 나아가 토론·발표·논술 수업을 한다. 로봇에 대한 생각과 논리를 키우기 위해서다. 일부 교육은 영어로 진행된다.

-기술과 철학을 함께 배운단 말인가.
 “그렇다. 기존 로봇교육은 부품조립·조작에만 집중돼 학생들의 생각이 장난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로봇교육을 인간의 사회성·도덕성으로 넓히면 기술교육과 인성교육이 결합된다. 예를 들어, “로봇은 나이가 없다. 존댓말을 쓰게 할까 반말을 쓰게 할까?” 물으면 학생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난다. 토론을 통해 로봇 제작 이전에 먼저 윤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어 그에 필요한 부품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로봇교육은 미래 인재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육이 아닐 수 없다.”

-로봇교육은 영재교육과 어떻게 관련되며 어떤 재능을 발달시키나.
 수학·과학 영재의 경우 수리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현실문제에 대해서는 해결력이 부족하다. 로봇교육은 수학적·과학적·사회적 문제를 모두 아우른다. 실현가능성을 함께 생각해야 하므로 현실적인 문제해결력과 논리성·창의성·응용력이 요구된다.

-외국에서는 로봇분야 인재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인재 교육은 대학이상에 맞춰져 있다. 부품 비용이 비싸고 생산량이 적으며, 어린이 안전사고 우려로 조기영재교육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성형 로봇을 연구·교육하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결과 외국도 대부분 로봇 분야를 기계·전기·전자·컴퓨터 등 여러 학문에서 다르게 교육한다. 기계·전기학과는 로봇의 모터와 회로에 대해, 전자학과는 마이크로칩 설계 등에 대해, 컴퓨터학과는 로봇제어프로그램, 인공지능 등에 대해 교육한다. 미국 MIT에서는 유비쿼터스 분야를 접목한 URC(Ubiquitous Robotics Companion) 로봇에 대해 연구 중이다.

-로봇분야의 인재가 되려는 학생과 부모에게 조언해준다면.
 “최근 미국의 한 연구소가 도마뱀 로봇을 만들었다. 벽을 타고 다니는 기술을 개발한것이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두 개념이 합쳐져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기술 개발에 앞서 상상력과 창의력 계발이 필요하다.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설계하는 논리력을 갖춰야 한다. 부모는 ‘틀’이 없는 자녀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 아이는 이렇게 해야 해’라고 조건과 제한을 두고 생각하면 자녀의 소질과 관심을 찾기 어렵다. 공상과학영화를 봐도 ‘로봇이 인간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식으로 질문하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미엄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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