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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M&A개혁 신속 과감하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규제 혁파와 관련된 우리 정부의 행동은 시간적으로는 꾸물꾸물, 내용에서는 하나마나가 그 특징이다.

기업퇴출 (退出) 제도만 해도 그렇다.

기업퇴출을 막는 '악법' 들만 없었더라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은 훨씬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다.

부도유예협약 같은 장치를 만들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기아사태에서 보는 것 같은 수많은 하청업체의 연쇄 도산 걱정 없이, 그리고 법원이 개입하는 화의냐 법정관리냐 따위의 시비 없이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두 절차 사이에 있는 시간과 비용의 차이는 말도 할 수 없다.

재정경제원이 뒤늦게나마 기업퇴출이 훨씬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이 손질을 아직도 하나마나한 수준에서 멈추려는 끈질긴 관료적 의지를 읽고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기업퇴출제도는 모두, 그리고 신속하게 '글로벌 스탠더드' 에 맞도록 고쳐야 한다.

세계화 자체가 행사하는 압력을 버텨낼 수 있는 경제는 없다.

성공적인 경제일수록 자진해 이 스탠더드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는 국적 기업을 외국 기업보다 불리하게 국내에서 대접하게 된다.

우리 기업은 이것을 피하려면 비싼 비용을 들이고라도 일단 외국 기업 신분을 취득하고서야 국내로 다시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만큼 기업퇴출은 비싸고 어렵게 된다.

기업인수.합병 (M&A) 을 될 수 있으면 억제하려고 설치한 증권거래법상 '25% 이상, 50%+1주 조항' 은 아예 삭제하는 것이 옳다.

이 숫자는 M&A 대상 회사의 주식 분포, 구조조정 후의 사업성 등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될 일이지 법률이 정할 일은 아니다.

대규모 회사의 타회사 출자비율을 순자산의 25%로 규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법률이 할 일은 아니다.

외국 회사에 대해서는 이 기준을 강제할 방도가 없지 않은가.

이런 것은 자금을 대주는 금융시장이 매수자의 재정 상태를 평가해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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