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끝내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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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호소하는 방송 촬영을 했던 가족들은 끝내 살해됐다는 소식에 큰 충격에 빠졌다. [부산=송봉근 기자]

▶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방송된 김선일씨의 마지막 생전 모습 [연합]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된 가나무역 김선일(33)씨가 끝내 피살됐다.

외교부 신봉길 대변인은 23일 이라크에서 김선일씨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신 대변인은 지난 22일 오후 5시20분(한국시간 오후 10시20분)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방향 35km 지점에서 동양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고 미군 당국이 현지 한국군에 연락해 왔다고 밝혔다.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은 이 같은 사실을 외교부에 알려 왔으며, 이어 주이라크 대사관 측에서 시신의 사진을 확인한 결과 김씨로 확인됐다고 신 대변인은 밝혔다.

주이라크 대사관 영사와 김씨가 근무했던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 등이 미군부대로 이동 김씨의 시신을 직접 확인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3일 오전 2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개최, 김씨 사망에 따른 대책을 협의했다.

22일 알자지라 방송은 김씨의 피살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방송은 무장단체로부터 입수한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는데, 김씨는 주황색 천으로 눈을 가린 채 복면을 한 다섯명의 무장세력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김씨는 계속 흐느끼고 있었으며, 무장단체는 "이라크 점령에 협조하는 세력을 용인할 수 없다"는 요지의 성명을 낭독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김씨의 처형 장면이 든 비디오테이프를 함께 입수했다고 밝혔으나 이날 공개하지는 않았다.

22일 오후 8시(현지시간)까지도 김씨가 무사히 억류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생존 가능성이 점쳐졌다. 특히 이슬람 성직자 단체가 납치에 대한 비난성명을 발표한 데다 이슬람 국가들도 김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아랍계 위성 TV 알아라비야는 22일 오후 2시쯤(현지시간) 김씨를 억류 중인 납치범들이 이날 새벽으로 정했던 협상 시한을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또 세계종교평화회의(WCRP) 소속 이라크 종교계 인사들이 22일 김씨를 직접 만나 생존을 확인했다고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 아시아종교평화회의(ACRP) 사무총장인 김 의원은 이날 "WCRP 소속 이라크 종교계 인사가 '인질은 건강하며 그의 석방을 위해 내일 다시 납치범들과 접촉할 것'이라는 e-메일을 보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30일 주권 이양을 앞두고 최근 외국인 살해 추세가 강도를 더해감에 따라 비관적인 전망은 계속됐다. 특히 지난달 8일 미국인 닉 버그(26)가 참수된 이후 납치됐다 무사히 석방된 인질은 한명도 없었다. 한국 정부가 이라크 파병 결정을 한 직후 비디오가 공개됐다는 것과 협상 시한을 24시간밖에 주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납치가 응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었다.

이훈범.채병건 기자,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사진=송봉근 기자<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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