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재산 기부 … 모친 이름 딴 ‘태원 장학재단’ 유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장학재단이 올 상반기에 출범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5일 “이 대통령이 재산 기부를 결심한 것은 ‘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라며 “이 대통령의 기부 재산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재산 기부 준비위가 최종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재산 기부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은 “현직 대통령이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며 “장학재단이 상반기 중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준비위원회엔 위원장인 송 전 장관 외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이재후 김&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소설가 박범신씨,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와 이 대통령의 고향 친구인 기업인 김창대씨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오랫동안 이 대통령의 재산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실무적으로 위원회를 돕고 있다.

위원회 내부 사정에 밝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위원들은 각계를 망라해 이 대통령과 친분이 깊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로 선발됐다”고 말했다. 특히 재단의 명칭과 관련, 1964년 작고한 이 대통령의 모친 이름(채태원·蔡太元)을 딴 ‘태원 장학재단’이 유력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 “가난하지만 바르게 살도록 가르침을 주셨다”며 어머니 채씨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왔다.

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장학재단의 정관을 만드는 작업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정관 앞부분에 ‘장학과 서민 복지를 위한 재단’이란 문안을 명시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위원 전체가 참여한 회의는 지금까지 네 차례 정도 열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초 다른 사람들로부터 기부를 추가로 받은 뒤 재단을 출범시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배제됐다”며 “퇴임 후 이 대통령의 취지에 공감하는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는 있겠지만 재임 중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며 재단은 이 대통령의 기부 재산으로만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산 평가와 처분 등의 준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4월 말께 재단이 출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을 10여 일 앞둔 2007년 12월 7일 KBS 방송연설에서 “우리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하다. 그 밖에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며 “나는 오랜 기업인 생활을 끝내고 공인으로 나섰던 10여 년 전부터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작정했다. 내 재산이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잘 쓰였으면 좋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공개된 이 대통령의 재산은 354억7401만원이다. 44억원 상당의 논현동 단독주택을 제외한 300억원 안팎이 장학재단 설립을 위해 출연될 전망이다. 

서승욱·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