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곳간 열쇠 넘겨받은 그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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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송정호 전 법무장관,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이재후 김&장 대표변호사,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 소설가 박범신씨, 고향 친구 김창대씨.

이명박 대통령이 300억원대 재산의 기부를 맡긴 ‘재산기부 추진위원회’의 위원들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퇴임 후 살 집 한 채만 빼놓고 ‘곳간 열쇠’를 통째로 넘길 만큼 믿는 사람들이다. 송 전 장관을 뺀 나머지 추진위원들의 면면은 그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위원장 격인 송정호 전 장관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다. 대통령은 재계에서, 송 전 장관은 법조계에서 활약했지만, 두 사람은 1970년대부터 서로를 “이 사장” “송 검사”로 부르는 편한 사이였다.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송 전 장관은 12일 기자를 만나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세간의 불필요한 의심을 일축하기 위해서라도 올 상반기 중에 장학재단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뒤늦게 추진위 합류 사실이 알려진 류우익 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제전략연구원(GSI) 원장 출신으로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측근이다. 게다가 그는 이 대통령에게 재산 기부라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시한 주인공이다. 당시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이 아이디어를 듣고 “그야말로 피땀 흘려 모은 재산입니다”며 기부를 하려면 제대로 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재후 변호사는 GSI의 ‘하드웨어’를 책임진 사람이었다. 그는 GSI의 이사장으로서 운영 실무를 맡았다. GSI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재산 기부 작업을 시작하면서 이 변호사의 이름을 먼저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장희 교수는 81년 소망교회 교인으로 이 대통령을 만났다.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자 자문교수단의 좌장을 맡았다. 2007년에는 다른 지인들과 『아름다운 시절 with 이명박』이라는 책을 공동 집필했다.

의외의 이름인 소설가 박범신씨는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나는 정치적으로는 노선이 일치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면서도 박씨가 추진위에 들어간 것은 이 대통령과의 오랜 우정 때문이다. 그는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던 시절 백두산에 같이 간 게 인연이 돼 20여 년간 교분을 쌓아왔다.

박성희 교수는 이 대통령의 또 다른 ‘GSI 인맥’이다.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인 그는 GSI 자문교수로 이 대통령을 서울시장 시절부터 도왔다.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은 박 교수를 ‘똘똘한 사람’으로 평하곤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위원인 김창대씨는 이 대통령의 고향 포항에서 함께 자란 친구다. 이 대통령이 동지상고를 졸업하고 상경, 대학생의 꿈을 키울 때 김씨는 바로 곁에 있었다. 이 대통령의 가족도 서울로 옮겼지만 집이 좁아 주로 김씨의 하숙방 신세를 졌다. 이런 만큼 김씨는 추진위에서도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돈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남궁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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