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공식업무를 시작한 리처드 만(사진) 신임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한·뉴질랜드 FTA 체결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두 나라는 이달 3~4일 이명박 대통령의 뉴질랜드 방문을 계기로 FTA 협상을 시작했다. 뉴질랜드는 키위·쇠고기를 한국에 주로 수출한다. 뉴질랜드산은 한국과 FTA를 맺었거나 협상을 타결한 칠레·미국산과 경쟁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 입장에선 외교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만 대사를 한국으로 파견했다. 그는 1981년 외교통상부에 발을 들여놓은 뒤 요직을 두루 거친 통상교섭 전문가다. 그런데 그는 부임하자마자 뉴질랜드 문화축제부터 기획했다. 다음달 4~5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는 ‘무한 경험-뉴질랜드(New Zealand Unlimited)’ 축제다. 그동안 뉴질랜드 정부가 주관한 행사로는 가장 큰 규모다. 경제적 득실을 홍보하는 것보다 “문화를 알리는 게 양국 국민이 서로 이해하는 첩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최근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이뤄진 인터뷰.
-한·뉴질랜드 FTA는 뉴질랜드에 더 절실한 것 아닌가.
“뉴질랜드는 한국 가전·자동차 등 공산품의 중요한 소비시장이다. 그런데 뉴질랜드는 최근 중국·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FTA를 체결했다 . 한국이 뉴질랜드와 FTA 협상을 맺지 않으면 중국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 뉴질랜드 정부가 추진할 초고속 인터넷망 확충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기 위해서도 FTA가 필요하다. 더욱이 양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다. 양국 간 FTA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도 있다.”
-FTA를 앞두고 문화 축제를 여는 의미는 뭔가.
“많은 한국인이 뉴질랜드는 자연환경만 멋진 나라로 아는 것 같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마오리 원주민의 역사와 유럽 문화는 물론 아시아를 비롯한 이민자의 문화가 어우러진 나라다. 이를 제대로 알리는 게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번 행사를 통해 뉴질랜드의 참모습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근무는 처음인데 어떤 느낌을 받았나.
“도로·교량 같은 사회간접자본시설이 인상적이었다. 몇 시간만 가면 강원도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서울의 경쟁력이다. 그러면서도 도심 한복판에 비원 같은 아름다운 고궁이 있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게 서울이다. 경주·안동에선 문화적 깊이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입에 맞는 한국 음식은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안동찜닭과 얼큰한 육개장이었다.”
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