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정국…공세의 신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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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에 갑자기 활기가 넘친다.

순전히 '김대중 비자금' 덕분이다.

8일 신한국당 총재실엔 오랜만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전화도 빗발쳤다.

항의도 있었고 격려도 있었다.

폭로의 주인공인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실은 아예 시장바닥 같았다.

기자들이 몰려 들었고 당직자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姜총장이 움직이는 곳곳에 사람들이 따라다녔다.

그의 말한마디를 주워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기된 표정의 姜총장은 의기양양했다.

그는 "발표내용은 1백% 진실" 이라는 말만 연발했다.

때마침 주례 당무회의가 열렸다.

비자금 문제에 대한 발언이 속출했다.

먼저 김중위 (金重緯) 위원이 앞장서 姜총장을 격려했다.

이어 광주출신의 이환의 (李桓儀) 위원이 나섰다.

나름대로 광주시민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그는 "광주시민들도 발표내용을 근거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고 주장했다.

양경자 (梁慶子).신경식 (辛卿植) 위원등이 잇따라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姜총장이 말을 받았다.

우선 청와대와는 사전 상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유인즉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노태우 (盧泰愚)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때부터 나름대로 조사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발표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의원직을 그만두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이한동 (李漢東) 대표가 정리를 했다.

야당이 주장한 비자금관련 국회 조사위원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시간을 끌기 위한 전술이라고 규정했다.

원내총무에게 국회에서 검찰수사를 강력 촉구하라고 지시했다.

그사이 이회창 (李會昌) 총재는 옆으로 비켜 있었다.

그는 아침 일본 요미우리 (讀賣) 신문과 인터뷰했다.

이어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증권거래소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증권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비자금 파문의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아직 그것과 관련된 일체의 언급이 없다.

진흙탕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런 뒤 막바지에 '3金청산' 을 주장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반사이익을 송두리째 챙겨오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신한국당으로선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때문에 폭로시점이 너무 빨랐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다급했다는게 중론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한국당은 두가지 전략을 병행할 예정이다.

한쪽으로는 파상공세다.

추가폭로를 하는 것이다.

정국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이미 추가 비자금 얘기가 구체적으로 흘러나온다.

그보다는 방어가 중요하다는게 당내 온건론자들의 주장이다.

당장 야당의 역공을 선방해야한다.

역공은 두갈래일 것으로 신한국당은 본다.

하나는 비자금 자료의 출처다.

항간에는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졌던 문서라는 얘기가 있다.

사실이라면 불똥은 엉뚱한데로 튈 수 있다.

또하나는 야당의 李총재에 대한 공격이다.

아들 정연씨의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자칫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신한국당으로선 아주 힘든 생존싸움을 시작한 셈이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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