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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미국영화 소재로 각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할리우드가 '박해받는 땅' 티베트를 구할 수 있을까. 리처드 기어.해리슨 포드.올리버 스톤.조지 루커스.샤론 스톤 등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중국자치구인 티베트의 독립을 위한 기금마련 행사등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티베트가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집중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이 달라이 라마의 개인교사였던 오스트리아인 탐험가를 주인공으로 만든 '티베트에서의 7년' (원제 Seven Years in Tibet) 이 8일 미국에서 개봉하는데 이어 달라이 라마의 생애를 담은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쿤둔' (Kundun) 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티베트를 무대로 한 CIA요원의 활약상.티베트의 테러.티베트의 정열등을 소재로 한 영화 5편이 제작중에 있으며 다큐멘터리도 여러편 준비중에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미국에서 널리 확산되고 있는 불교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있다.

불교식 명상법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미국인들에게 각광받고 있고, 이런 명상법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바로 티베트에서 중국의 박해를 피해 망명한 라마 승려들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는 리처드 기어가 달라이 라마와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하면서 20년 전부터 티베트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데 도움을 주기 시작했고, 이어서 많은 영화배우와 팝스타들이 달라이 라마의 투쟁에 후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쿤둔' 을 시사한 리처드 기어가 "매우 감동적이어서 울었다" 면서 "이 영화가 티베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뭔가 변화시킬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영화계의 티베트 열풍은 티베트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할리우드는 세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중국이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수수방관만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예상할 수 있는 일. 중국은 일찌감치 '쿤둔' 의 제작사인 월트디즈니사에 달라이 라마에 대해 우호적인 영화를 만들 경우 디즈니영화들의 중국배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티베트에서의 7년' 의 제작비를 댄 소니 사도 눈치를 보기는 마찬가지여서 개봉을 앞두고 영화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다만 티베트돕기 그룹들만이 극장앞에서 자체적인 캠페인 등을 열 예정인데 티베트 인권단체인 ICT그룹은 클린턴에게 중국에 티베트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압력을 넣으라는 내용의 서한을 담은 팜플렛등을 나눠줄 계획이다.

중국이 티베트에서의 촬영을 허락해주지 않아 '티베트에서의 7년' 은 아르헨티나의 안데스산맥에서, '쿤둔' 은 모로코에서 각각 촬영됐다.

'티베트에서의 7년' 은 브래드 피트가 오스트리아 탐험가 하인리히 하레르 역을 맡아 서구인의 관점에서 티베트의 이야기를 진술하는 액션모험극이고, '쿤둔' 은 현재 62세인 달라이 라마의 2세때부터 59년까지의 생애를 그린 작품으로 중국의 점령 과정을 담았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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