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 아메리카’ 나서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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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 34면

중국의 수출이 급감했다. 큰 문제다. 중국 경제는 수출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이 문제다. 미국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네 배에 달한다. 중국이 성장을 이어가려면 도로·다리·댐 등 건설에 돈을 쏟아 붓기보다는 미국인들이 중국산 제품을 더 사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중국이 이렇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은 이미 미국 정부가 내놓은 696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떨고 있다.

중국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수 경기를 살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긴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 4조 위안(약 868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감소를 감안하면 추가 대책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8% 경제성장 달성을 낙관하기 힘들다. 2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줄었다.

중국은 이번 경제위기를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돈을 풀어 침체 속도를 조금 늦출 수는 있겠다. 그러나 8%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세계 경기 회복이 필수적이다. 세계 경기 회복은 결국 미국에 달렸다.

그 때문에 중국은 미국 국채를 더 사야 한다. 내가 미국인이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경제 애국주의와도 관계없다.

그간 미국의 적자를 메워 온 것은 아시아의 높은 저축률이다.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전 세계 경제는 긴밀하게 얽혀 있다”며 “미국의 재정 부족은 중국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 등 아시아가 미 국채를 사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2조 달러가 필요하다. 빌린 돈은 갚아야 한다. 미국이 돈을 갚으려면 글로벌 경제 구조가 재편돼야 한다. 미국은 아시아처럼 덜 쓰고 더 저축해야 한다. 반대로 아시아는 미국처럼 더 쓰고 덜 저축해야 한다.

아시아가 미국의 적자를 메워 주는 것에 대해 정치적 논쟁이 있을 수 있다. 1997년 아시아가 경제 위기를 겪고 있을 때 미국은 아시아를 돕는 데 주저했다. 위기의 진원지가 된 국가를 왜 구제해 줘야 하겠는가.

답은 아시아가 나서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 환경이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경제를 살리려면 아시아·유럽보다는 미국 중심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중국이 미국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세계 3위 경제 규모의 국가로서는 어쩔 수 없다. 97년 6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일본 총리가 “미 국채를 팔라는 유혹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하자 미국 주가가 폭락하고 세계 경제가 출렁댔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지 않으면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 국채를 사는 게 중국 국익에 더 도움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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