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佛 앗제·브레송 잇따라 사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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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결정적 순간’의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1932년에 찍은 ‘생 라자르 역 뒤에서’(上)와 ‘현대 사진의 아버지’ 외젠 앗제가 남긴 ‘앗제의 파리’ 중 ‘브니스 거리’.

160년 서구 사진사에서 외젠 앗제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현대사진의 푯대를 세운 사진가로 꼽힌다. 20세기 역사를 '붓보다 빠른 도구'인 카메라로 기록한 이들은 사진가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외젠 앗제(1856~1927)는 39년 동안 미술과 건축, 프랑스 파리와 파리 교외의 풍경을 담은 유리 원판 사진 만장을 찍었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예술가들을 위한 기록에 불과하다"고 말했지만 또한 "옛 파리의 모습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서울 관훈동 김영섭사진화랑이 개관 한돌 기념으로 열고 있는 '앗제의 파리'전은 이제는 문화유산이 된 '옛 파리'를 담은 앗제의 사진 60점을 선보이고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파리의 풍광을 잡은 앗제의 시선은 정직하고 덤덤하다. 앗제에게 '옛 파리'란 삶의 한 방식이었고 이념이기도 했다. 보는 이의 눈을 사진 공간 속으로 빨아들이는 '브니즈 길'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낡은 건물과 도로 포석뿐 아니라 쇠락해 가는 한 시대의 우울과 낭만이다. 8월 5일까지. 02-733-6331.

앙리 카르티에-브레송(96)은 지난해 파리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에서 회고전을 열며 펴낸 사진집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까치)에서 사진가가 굳게 지켜야 할 태도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나는 거기에 있었고, 그 순간에 삶이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어떤 방법이 있었다."

그는 이 사진기법이자 사진관을 '결정적 순간'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살았던 세월을 의미와 형태가 조화를 이룬 삶의 언어로 정착시키는 그의 직관은 명쾌하면서도 우아하고 개성 넘치면서도 균형이 잡혔다.

25일부터 8월 6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 뤼미에르에서 열리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결정적 순간'은 그의 대표작 13점으로 맛보는 '결정적 순간'이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폴짝 뛰어넘는 한 남자의 실루엣은 시간과 공간을 얽어 포착한 흑백 네모칸에서 터져나온 육체의 기쁨처럼 보인다. 02-517-2134.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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