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불황기 복합 스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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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정부가 기업을 자꾸만 사면초가로 몰고 있다. 정치권은 해달라는 규제 완화는 내팽개친 채 정쟁에만 매달린다. 기업은 투자와 고용 압박에만 시달리는 게 아니다. 시장엔 악성 루머가 떠돈다. 노동조합은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힘을 내야 할 기업은 힘이 빠지고 스트레스만 늘어간다.

최근 한 신문이 대·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백 명 중 아흔다섯 명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쉰다섯 명은 밤잠을 설친다고 답변했다. 전에 비해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가 늘었다고 답한 CEO도 절반에 달했다.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경제위기를 “불경기와는 달리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발생해 경제가 전체적으로 붕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돼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지금이 그렇다. 한 경영컨설턴트의 말대로 “베테랑 CEO도 정신 못 차리는 때”다.

이 마당에 정치가는 “나라가 어려운데 투자를 안 한다”며 CEO의 ‘무책임’을 탓한다. 채용을 늘리라는 압박도 가한다. 그래서 요즘 CEO들은 스트레스 투성이다.

이코노미스트가 CEO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투자하라는 독려에 대해 한 중소기업의 CEO는 이렇게 말했다. “투자해서 될 것 같으면 그 사람들 하지 말라고 해도 합니다. 투자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누가 합니까? 그 사람들 말대로 투자해서 망하면 책임져 줄 겁니까?”

노조의 행태와 관련해 다른 CEO는 “일부 노조는 합리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기업이 공동체라는 생각을 못하고 경영자와 노조의 투쟁현장으로 보는 데는 저도 손들었습니다.”

딜로이트컨설팅의 김경준 부사장은 “일본 기업인 사이토 히토리의 통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이토 히토리는 “국가나 정치가 우리에게 뭔가를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국가의 보호를 받는 것은 관료와 은행뿐이니, 기업가는 자력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이 기사 전문은 3월 16일 발매되는 중앙일보 경제 위클리 이코노미스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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