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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사협상서 고용안정 협약체결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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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올해 노사간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인상보다 고용안정을 중요시하는 기업이 많다.

이제는 월급을 더 받는 것보다 직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7일 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및 재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각 기업의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노사합의로 근로자 신분보장에 주력한다는 내용의 고용안정 협약을 맺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노사분규 발생도 크게 줄어 75년이후 20여년만에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노사합의로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한 사업장은 현대자동차.대우정밀.한국통신.인천제철.한국프랜지.태광산업 울산공장.대한화섬등 7개에 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최근 단체협상에서 '회사는 고용불안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노조는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노력한다' 는 내용의 고용안정 협정서를 체결했다.

한국통신도 노사 동수로 고용안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키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고용안정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한국통신은 이 협정에 따라 "회사는 경영상의 사정으로 조합원을 재배치할 경우 반드시 노조와 협의하고 노조는 회사의 해고회피 노력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

서울지하철공사.서울대병원.대우중공업 기계부문등에선 노조가 고용안정 협약뿐만 아니라 인사.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등을 주장해 올 임단협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4일 발간한 임단협 타결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 단체협상에서 정리해고때 노조와의 합의를 명문화한 사업장은 대우기전등 53개사며, 인사.징계위원회에 노조측 대표 참가등 경영참가 조항을 명문화한 곳은 신동방메딕스등 38개사에 달하고 있다.

노조측이 이처럼 고용안정에 주력함에 따라 이날까지 임금협상을 타결한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 (노동부 집계) 은 4.3% (통상임금 기준) 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 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노사분규 발생도 올들어 7일 현재 70건으로 지난해 78건보다 8건 감소해 75년이후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대해 김영배 (金榮培) 경총 상무는 "지나치게 고용안정에만 집착할 경우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저해돼 모든 근로자가 손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정성희 (鄭星熙) 대외협력국장은 "이는 대량실업과 정리해고등 심각한 위기가 다가옴에 따라 삶의 터전인 평생직장을 지키려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 이라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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