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홈페이지' 식구들 부담없는 대화의 場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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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 창은 세계로 열린 윤주네집의 작은 창문입니다.

한번 들어오셔서 구경해보지 않으실래요?" 활짝 열린 파란 창틀 속으로 해맑게 웃고 있는 세살박이 윤주와 푸른 나무가 한그루 보이는 곳. SK주식회사의 한재민 (34) 과장과 박현정 (29) 씨 부부가 드넓은 인터넷공간에 '큰 돈 들이지 않고' 장만한 보금자리다.

최근 한씨와 같은 네티즌들이 가족단위로 개설한 홈페이지가 인터넷 바다에서 좋은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자칫하면 가족간의 소외감과 청소년들의 음란물접촉등 부작용을 낳기 쉬운 인터넷이 따스한 가족간의 정이 흐르는 네티즌들의 건전한 결속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지난달 한국여성민우회가 개최한 제1회 가족홈페이지 경연대회에는 72가족이 참가,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가족홈페이지는 대개 가족신문과 비슷한 형태. 가족신문처럼 제작회의등을 통해 가족간 대화의 장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때그때 새로운 소식을 올리기가 쉽고 배포하는데 있어서도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자신문 '황이구박' 의 경우 가족신문을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부터지만 올해초 인터넷에도 홈페이지를 마련했다.

황씨집안의 5남매 중 3자매와 결혼한 이씨.구씨.박씨 가족들의 성을 따서 만든 제호다.

이들은 각각 떨어져 살지만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 이후로 소식을 주고 받거나 친지들에게 소식을 알리는 것이 더욱 편리해졌다고. 한편 미국플로리다주멜빈시에 거주하는 이윤우 (36) 씨는 지난 8월 가족홈페이지인 '우리는 인터넷매니아 가족' 을 만들고 첫 인터넷 방문객으로 서울에 있는 형으로부터 축하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한편 가족홈페이지는 자녀교육 측면에서도 훌륭하게 이용된다.

이윤우씨의 경우 "초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이 벌써부터 인터넷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바른 항해지도를 마련해주어야겠다" 고 생각, 이번에 홈페이지를 만들때 아예 아들이 갈만한 사이트들은 따로 묶어 연결시켜놓았다.

한재민씨의 '사랑이 넘치는 윤주네집' 의 경우에도 피아노교사인 아내 박씨가 인터넷의 어린 방문자들을 위해 음악가들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해놓은 음악교실이 따로 있는가 하면 미래의 학부모로서 '촌지수수' 에 대한 발언코너를 두기도 했다.

한씨는 "컴퓨터 학원 학생인듯한 어린이들이 인터넷의 우리집을 방문하고 전자우편을 보내와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꼈다" 고. 가족홈페이지를 개설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요즘엔 인터넷관련 공개자료실에서 '웹페이지를 쉽게 작성할 수 있는 편집기' 라든지 '홈사이트' '울트라에디트' 등 각종 편집기능자료들을 내려받기 해서 실행만 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처음부터 너무 잘 만들려고 할 필요는 없다" 는 것이 한씨의 조언. 한국여성민우회의 홈페이지 (http://www.womenlink.or.kr)에 연결되어 있는 경연대회 입상자들의 가족홈페이지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민우회 정은숙총무는 "가족홈페이지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다른 구성원들도 고루 참가할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 설명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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