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국제학술대회]종합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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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새 국학운동의 일환으로 안동대 국학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와 삼성생명이 후원하는 제2회 한국학 국제학술대회가 3~4일 안동대 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지난해 '21세기 우리 국학의 방향과 과제' 를 논의한 제1회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번 대회의 주제는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국학' .전국의 국학 및 통일 관련 학자, 경북지역 향토사학자와 유림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현재까지의 통일논의의 현황을 점검하고 기존 한국학의 통일인식이 지닌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새로운 국학방향을 모색했다.

안동대는 중앙일보와 함께 매년 개천절을 기해 세계화.인간화.환경친화의 국학운동을 펴기 위해 총 13회 연속 국제학술대회를 열어가고 있다.

안동 =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플로어에서 이진설 안동대 총장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종합토론은 통일운동의 전망에서부터 사상적.학술적 과제까지 짜임새있게 짚어졌다.

사회는 임형택 교수 (성균관대.한문학) .

▶이진설 = 전체적으로 정부당국의 통일노력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인식이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서중석 = 객관적으로 보면 80년대 중반까지 남한당국은 통일논의가 북한의 통일전략에 이용될 수 있다며 소극적.수세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백낙청 =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우리 정부 통일정책의 기본전제다.

물론 통일된 한반도가 지금보다 나은 자유민주주의가 성취된다면 일단 만족이다.

그렇지만 민중민주주의에 대한 구상없이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어렵다.

물론 세계는 자본주의체제가 지배한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폐해 및 통일에 대한 기여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호철 (서강대.정치학) =80년대의 '어떤 통일이든 좋다' 는 식이 아니라 '어떤 통일이어야 하는가' 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 주어진 선택은 '분단이냐 정복이냐' 일뿐이다.

통일과 정복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독일의 경우처럼 과연 인간화된 사회가 가능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론적으로 볼 때도 과거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세계화는 현실적 추세다.

지금까지 통일을 근대적인 국민국가의 완성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세계화와 통일을 결합한, 국민국가의 완성과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고뇌가 필요하다.

▶이삼열 = 공생과 공존, 서로의 장점을 살려가는 수렴적 통일이 가능한 '평화의 원칙' 이 중요하다.

베트남.독일처럼 평화체제가 정착되지 않은 흡수통일은 경제적.이념적.사회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중요한 것은 평화에 대한 철학적 인식이다.

▶김윤식 (서울대.국문학) =공식적인 학술행사에서 북한학자들을 만난 경험에 비춰보면 자본주의에서와 달리 북한의 학자들은 분업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지도적 위치에 있는 학자가 모든 평가의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 전공 이외의 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

분업과 통합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통일을 위한 앞으로 학문적 과제다.

▶박찬승 = 70년대 후반 등장한 분단사학이 구체화되기 위해 ▶다원주의에 따라 차이의 인식 위에서 공통성 확대 노력 ▶지나친 계급주의.배외주의.사대주의등 통일을 저해하는 이념.사관 비판 ▶민족적 특수성을 문화적 보편성 위에서 파악, 국수주의를 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재용 (전연세대.근대문학) =북한도 고정불변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난 6월에 김정일이 세계화를 비판하고 조선제일주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입장의 변화가 없는듯한 이 논문에서 바뀐 현실이 반영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같은 변화를 전제한 전망 수립이 필요하다.

▶존 던컨 = '동일성' 이 누가 규정한 어떤 동질성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치 분단되기 전에도 한민족 전체가 같았던 것으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사회 = 학문이 현실을 못따르고 있다.

현실의 일상성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일상성으로서의 실천이 될 수 있도록 한국학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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