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코리아]4.러시아·하노이 장악한 오리온 초코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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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모스크바·하노이 = 특별취재팀] '끄라스나 초코파이' 러시아인들은 우리나라 초코파이를 이렇게 부른다.

'끄라스나' 는 붉은 색을 뜻하는 러시아어. 초코파이의 빨간색 포장 상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초코파이 제조업체인 동양제과의 상표인 '오리온 (ORION)' 의 영문 표기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위가 수그러들기 시작하는 8월중순이면 모스크바 시내 식품 도매상이나 키오스크, 최근 선보이기 시작한 현대식 슈퍼마켓에는 한국산 '끄라스나 초코파이' 를 찾는 러시아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지난 8월13일 오후 모스크바 바실리예바 거리의 현대식 24시간영업 슈퍼마켓. 비교적 부유층들이 사는 곳으로 각종 수입 식품류가 즐비하다.

유럽과 미국산 제품이 대부분인 이곳에도 빨간색 상자의 초코파이가 전시돼 고객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슈퍼에서 판매중인 유일한 한국산 상품이다. 극동지역서 모스크바로 손녀와 함께 장을 보러 온 한 할머니가 슈퍼에서 12개들이 초코파이 상자를 찾는다.

달콤한 초콜릿 맛 때문에 초코파이를 즐겨 먹는다는 올가 (9) 양은 "다른 과자는 딱딱한데 초코파이는 부드럽다" 며 "다른 식구들도 다들 좋아한다" 고 말한다. 러시아 시장에서의 초코파이 소매가격은 상자 (31g짜리 12개들이) 당 1만5천~1만6천 루블. 우리 돈으로 2천4백~2천5백원꼴이다.

국내 판매가격의 곱절 정도 되고 현지 시세로도 비싼 편이다. 우리와 달리 낱개 판매는 않는다.

때문에 서민들은 큰맘 먹어야 사먹을 수 있는 고급 과자류로 분류된다.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한국산 초코파이가 모스크바에 소개된 것은 지난해부터. 블라디보스토크등 극동지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모스크바까지 소개된 것이다.

이 회사 오세유 (吳世裕) 모스크바 사무소장은 "극동을 포함한 우랄산맥 동쪽 지역은 시장의 80%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스크바 지역도 조만간 비슷한 상황이 될것" 으로 기대했다.

러시아와 함께 초코파이의 주력시장으로 떠오른 지역이 베트남과 중국. 베트남의 경우 중상류층의 '명절선물용' 으로 인기를 끌며, 중국에는 베이징 (北京) 인근에 공장까지 설립해 가동중이다.

하노이에서 초코파이를 수입 판매하는 웅엔 반 안씨는 "작년에 1백50만달러어치를 수입했고 올해 수입도 상반기중 벌써 1백50만달러를 넘었다" 고 말했다.

동양제과의 안진철 (安振徹) 베트남 사무소장은 "구정등 명절 때는 선물용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매달 보름 때면 절에서 건강을 축원하며 초코파이를 제물 (祭物) 로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고 말했다.

초코파이 수입을 대행하는 효성물산의 최일 (崔一) 하노이지점장은 "베트남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 50달러와 비교하면 12개 들이 한 상자에 2달러 (약1천8백원) 인 초코파이 가격은 무척 비싼 편이지만 단맛과 초콜릿, 케익등 세가지 맛을 동시에 만족시킬수 있어 인기를 끌고있다" 고 분석했다.

올 수출 5, 000만달러 전망 주로 공산권 국가에서 인기가 높은 동양제과의 초코파이는 국산 과자류중 최대 수출품목. 90년대 들어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해마다 수출물량을 배로 늘리고 있다.

국산 과자류 수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95년 1천4백만달러, 지난해 3천1백만달러가 수출됐으며 올해 수출은 5천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수출예상액을 갯수로 환산하면 4억5천만개. 수출물량의 60%를 소화하는 러시아의 주민 한 사람이 1년중 최소한 1개이상, 수출물량의 20%를 차지하는 베트남 주민 한 사람이 연간 0.6개의 초코파이를 먹는꼴이 된다.

초코파이가 러시아와 베트남에서 특히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설탕을 전량 수입하는 베트남은 당분을 섭취할 방법이 마땅치않아 단맛이 강한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고있다.

러시아인들 역시 단맛을 즐긴다. 서양 파이류가 딱딱한 비스킷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초코파이는 부드러운 빵으로 구성돼있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비결중 하나다.

그러나 초콜릿 코팅이 녹기 쉬운 여름철에 매출이 줄어든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1년내내 한여름 날씨인 베트남에서는 더욱 문제다.

초기단계인 지금까지는 '희소성'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양인들에게 낯선 품목이어서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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