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마이크는 배구 코트의 도청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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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런 장면이 그대로 방송된 뒤 한국배구연맹(KOVO) 게시판에는 김 감독의 행동에 대한 찬반 의견 수십 건이 올라왔다.


현대캐피탈 측은 12일 “김 감독이 방송사 측에 사과했다”면서도 “지난 시즌 한 구단이 선수단 버스의 TV로 중계를 보면서 작전내용을 벤치에 전달한 적이 있었다. 11일 경기에서 켑코45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 작전지시가 다른 감독보다 구체적인 데다 순위 싸움으로 예민한 시점이라 다른 팀의 엿듣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으로 경기 중계를 보면서 전력분석관이 감독에게 상대팀 작전내용을 전한다는 의심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선 리시버를 통해 감독이 실시간으로 분석내용을 전달받는 것은 김 감독이 국내에 처음 들여왔고, 현재는 대부분의 팀이 활용하고 있다.

반론도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다른 팀이 (작전을) 들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중요한 지시는 귓속말로 한다. 또 엿듣는 상대를 역이용하려고 반대로 지시를 하기도 한다”며 “작전타임이 중계되는 게 감독으로서 편하지는 않지만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팀이 경기를 녹화해 나중에 작전내용을 분석한다. 현대캐피탈도 그렇게 할 텐데 이를 문제 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인 KOVO 경기위원장도 신 감독과 같은 뜻을 표시했다.

현재 KOVO 규약에는 작전타임 중계와 관련한 규정이 없다. 프로배구 중계를 맡고 있는 KBS N의 김중석 제작팀장(PD)은 “이번 일을 계기로 KOVO 측과 작전타임 중계와 이를 엿듣는 등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을 제재하는 규약 제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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