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이 보는 '大選주식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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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떤 선거든지 가장 좋아하는 후보가 아니라 가장 당선될만한 후보를 고르라고 유권자들에게 묻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15대 대통령선거를 석달 가량 앞두고 중앙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개최한 국내 최초의 대선주식시장은 이러한 흥미로운 화두에서 출발한다.

좌승희 (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치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선거에 주식투자라는 경제적 이윤추구 동기를 접목시키고, 아울러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까지 점쳐보는 국내 첫 시도란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의가 자못 크다" 고 말했다.

일반 유권자의 경우 개표 결과 자기가 찍은 후보가 낙선되면 기분만 잡치고 말면 그만이지만 대선주식시장에서 후보종목을 잘못 선택한 투자자는 곧바로 돈까지 잃게 된다 (다만 이번 게임에선 돈 잃는 사람은 없고 높은 수익률을 거둔 사람에게 상품을 제공토록 했다) . 따라서 투자자들은 특정후보에 대한 정치적 선호에 매달리기보다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지 언론매체나 주변 여론을 봐가며 꾸준히 탐색하게 된다.

이러한 심리가 유망주식을 사고 팔게 만들어 후보별 주가등락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左원장은 "선거라는 정치행태를 놓고도 사람들이 얼마나 시장원리에 충실히 행동할지 여부가 주된 관심거리" 라고 말했다.

오는 12월17일 주식거래를 종결한 시점의 후보별 최종주가가 개표후 집계된 후보별 실제 득표율을 근사하게 반영한다면 투자 참여자들이 이윤 동기를 충실히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대선주식시장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88년 이후 역대 대선때마다 이러한 시장이 곳곳에서 개설돼 갤럽 여론조사에 못지않은 득표율 예측력을 보인바 있다.

그만큼 시장경제원리가 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대선주식시장이 이러한 위력을 발휘할지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

미국은 양당체제 아래서 투자자들이 후보를 양자택일하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이미 5명의 후보가 난립한데다 막판 합종연횡 가능성까지 다분해 투자 판단에 혼란 요인이 많다.

이에대해 左원장은 "대선 후보들의 지지도 추이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목적도 중요하지만 한국인들의 총체적 시장경제 마인드 수준을 실증적으로 밝힌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시장운영 결과가 개표 결과와 다소 다르게 나오더라도 나름대로 유용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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