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재'10월 결단',내각제위한 DJP·보수대연합중 최종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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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월결단' 에 임박한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총재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지율은 낮지만 그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대선정국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金총재 자신도 그 점을 의식하고 발언수위와 내용을 '절묘하게' 조절하고 있다.

金총재의 4일 발언은 현정국에서 자신이 '캐스팅보트' 를 쥐고 있음을 잘 나타내 주었다.

" '가까운 시일내' 에 내가 결심할 것" 이라고 한 대목이 그렇다.

주변상황을 보면 '가까운 시일' 은 다음주중이다.

지난달 5일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에게 '임기중 내각제개헌' 을 공식제안한 이래 그는 틈만 있으면 이 사실을 환기시켜 왔다.

객관적으로 만일 대통령 임기중 내각제가 추진되려면 오는 10일까진 金대통령측으로부터 확답이 와야 한다.

'YS - JP 커넥션' 을 면밀하게 지켜보는 한 소식통은 "7~9일 사이에 어떤 반응이 전달될 것" 이라고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커넥션의 한 축인 이동복 (李東馥) 비서실장의 '물밑 움직임' 이 활발해지고 있다.

李실장의 주변에선 " '임기중 개헌추진' 은 金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이 전제되지 않고는 안된다.

또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의 반대가 없어야 한다" 고 설명하고 "이를 위해 李실장이 10일을 기한으로 뛰는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김종필총재의 '가까운 시일' 이라는게 李실장의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金총재는 평소 잘 쓰지 않던 용어를 이날 사용했다.

"항상 국가차원에서 생각하고 대승적으로 결심하고 선택해야 한다" 고 말한 것이다.

'국가와 대승적 차원의 선택' 이 어떤 방향의 최종결심을 함축하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짚어내는 당직자는 아무도 없다.

다만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는 "후보단일화의 합의문은 총재의 결심에 따라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는 말을 했다.

DJP단일화든 독자출마든 어떤 다른 선택이든 전적으로 김종필총재에게 달려 있지 자신은 개입할 성질이 아니라는 뜻이다.

김종필총재는 또 "10월은 10월의 논리가 있고, 12월은 12월의 논리가 있다" 고 덧붙였다.

맥락상 '10월의 논리' 란 '여권대란' 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부 당직자는 "金대통령이나 신한국당 내부에서 '깜짝 놀랄' 모종의 변화가 있다면 여기에 부응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민련의 대세는 'DJP단일화 불가피론' 이다.

90년 3당합당시 金대통령과 작성한 내각제 합의각서가 휴지조각이 돼 버렸고, 김종필총재가 95년 팽 (烹) 당해 민자당을 쫓겨난 마당에 金대통령에게 또 무슨 미련이 남아 있느냐는 비판론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근 1년을 끌어온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을 폐기시킬 것에 따른 정치적 비난과 '갈지 (之) 자 이중행보' 에 대한 냉소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단일화 선택을 코 앞에 둔 金총재가 사무처 직원과 당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모두 나를 따르라" 는 다지기를 한것으로 해석한다.

다수 의원들은 후보단일화를 양보하는 대신 국민회의측으로부터 '순수내각제' 형태와 '15대 국회말 내각제 이행방식' 을 분명하게 약속받기 위한 막바지 협상전략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기술적 발언' 으로 보는 것이다.

협상위원장인 金부총재도 4일 국민회의 한광옥 (韓光玉) 부총재와 단독회동을 가진데 이어 6일부터 협상창구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협상의 정상화가 어느 순간 궤도이탈을 할는진 오로지 김종필총재만 알고 있는 형국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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