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라, 내 예언 또 맞았지’ … 멈추지 않는 히딩크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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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히딩크 감독(右)이 전반 45분 동점골을 넣은 마이클 에시엔의 등을 두드리며 기뻐하고 있다. [토리노 AP=연합뉴스]

거스 히딩크(사진) 첼시 감독의 ‘생각대로’ 용병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2-2로 비겨 1, 2차전 합계 1승1무로 첼시를 8강에 올려놓았다. 부임 후 7연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적지에서 거둔 무승부는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한 달간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자신감과 승리에 대한 열망을 이식받은 첼시 선수들은 두 차례나 뒤지는 상황에서 쫓아가 동점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파격적인 선수 기용이 100% 성공하면서 첼시를 예전의 강팀으로 되돌려 놓았다. 요즘 유행하는 한 통신업체의 CM송처럼 그가 ‘생각하면 생각대로’ 현실이 된다.

이날 첼시는 마이클 에시엔과 디디에 드로그바가 골을 넣었다. 가나 출신 에시엔은 지난해 9월 리비아와의 남아공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뒤 유벤투스전에서 7개월 만에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히딩크 감독이 “유벤투스전에서 승리의 키를 쥔 선수는 에시엔”이라고 투입 의사를 밝히자 영국 언론은 일제히 “실전 감각이 떨어진 에시엔을 투입하는 것은 모험”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에시엔은 ‘황소’라는 별명답게 미드필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중원 싸움에서 선봉에 섰고, 0-1로 뒤지던 전반 45분 동점골까지 넣었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중용되기 시작한 공격수 드로그바는 1-2로 끌려가던 후반 37분 동점을 만들며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드로그바는 전임 스콜라리 감독과의 불화로 벤치로 밀려났으나 히딩크가 온 후 20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의 면모를 회복했다. 히딩크가 멍석을 깔아주자 드로그바는 최근 5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그중 3골은 결승골이다. 특히 유벤투스와의 1차전 결승골에 이어 2차전 동점골까지, 첼시의 8강행은 사실상 드로그바가 이끌었다.

한편 리버풀(잉글랜드)과 바이에른 뮌헨(독일), 비야레알(스페인)도 각각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 파나티나이코스(그리스)를 따돌리고 8강에 합류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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