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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주식·채권 쌍끌이 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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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발 훈풍에 11일 주가와 원화가 동시에 강세를 보였다. 미국 금융사들의 부실, 은행들의 외화 자금난 등 국내외 악재에 몸살을 앓던 국내 금융시장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이나 한고비는 넘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경고가 덧붙는다. ‘3월 위기설’ 등 과도한 불안감은 점차 가시고 있지만 불안의 근원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증시 상승을 이끈 것은 외국인들이었다. 지난달 금융위기가 재발하면서 국내 주식을 꾸준히 내다팔던 외국인들이 이날 5415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1월 7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특히 주식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대규모로 사들인 것은 상징적이다. 그간 선물만 사들이며 분위기를 보던 데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KB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신흥시장 주식 등 위험자산을 무조건 처분하다가 다소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며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보인다면 증시도 2차 금융위기 발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채권시장에서도 1조원 이상 순매수하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향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주식을 산 외국인들은 환차익만으로도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어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순매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훈풍이 불어오고 있지만 금융시장에 ‘완연한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금융사의 부실 해결 방안이 가닥을 잡지 못했고,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요인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걷히는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한 주식시장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뉴욕시장의 반등은 본질적으로 그간 과도하게 하락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며 “그간 국내 증시가 미국에 비해 선전해 왔지만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선 해외발 악재가 걷혀야 한다”고 말했다.

돌발 악재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KTB자산운용 장 사장은 “국내 증시가 선전한 데는 중국의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며 “일각에서 염려하듯 중국이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진다면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불안 해소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외환시장이 한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국내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라 해외시장이 흔들거리면 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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