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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사의 부모고민 상담]새엄마에게 반항하는 아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문>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새엄마입니다.

남편 직장때문에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를 데려와 같이 살기 시작한지는 몇개월 되지 않았어요. 그동안 남편은 주로 해외에서 생활한 탓에 1년에 몇번 아이를 만날때마다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준 것 같아요. 아이는 부모 말이라면 무조건 거부로 시작하며 언제나 방에 혼자 있으려 하고 화가 나면 발로 차고 괴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웁니다.

또 여자를, 특히 저를 무시하는가 하면 옷이나 신발등 유명 메이커만 찾고 심한 편식을 하는 나쁜 습관도 갖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이를 때려보기도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한번은 서로 사랑하며 지내보자고 편지를 썼더니 이런 것을 왜 썼느냐고 친구앞에서 비웃으며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정말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아이의 이런 행동이 정상인지 상담을 받아보려 해도 시댁에서 과민반응이라고 할까봐 망설이고 있습니다.

김유진〈미국 LA 오렌지카운티〉

<답> 아이는 갑자기 함께 살게 된 부모, 새엄마의 출현, 외국에서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등으로 인해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태입니다.

아이에게 그동안 부모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고 아이가 원하는대로 들어주었기 때문에 훈육이 되지 않아 나쁜 행동습관도 갖게 되었군요. 아이의 행동중 유명메이커 제품만 입으려고 하고 자기방에 혼자 있으려고 하는 행동등은 그 또래 아이들에게 흔히 보이는 행동입니다.

사춘기 초기에 있는 아이들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생각하고 반항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혼란스런 상황과 사춘기의 성장특성을 이해하고 또 축적된 가족문제는 단시일내에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엄마가 조금은 덜 힘들어질 거예요. 새엄마로서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겠지만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것은 뒤로 미루고 우선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좋아지도록 노력해 보세요. 아이가 편지를 거부했지만 방법보다는 내용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 사랑하자는 성급한 내용보다는 서로의 힘든점을 인정해 주는 편지를 써보세요. 가령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힘든 점이나 아이의 새엄마에 대한 거리감등을 언급해 줄 수 있겠지요. 아이 마음속엔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한편으론 배척하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고 있어요. '나는 서운하고 나와 너에 대해 화가 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네가 무척 걱정이 되며 또 너를 도와주고 싶어. 그러려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는 식으로 편지를 쓰고 계속해서 인내를 갖고 일관된 애정을 보여주세요. 잘못된 행동을 할때 매를 들거나 그 자리에서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질책하는 것은 지금 아이에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의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을 때 "아빠는 실망했다" "엄마는 걱정된다" 와 같은 부모의 감정과 느낌을 전해주세요.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비판하기보다 "손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서 손님이 무안해했다" 와 같이 아이행동으로인한 상대방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해보세요. 아이의 공격적인 태도는 아이가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고 여자를 무시하는 것은 엄마 없이 오래 자라온 아이가 이성을, 더구나 새엄마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모르는 데서 오는 행동입니다.

아이와 부모에 대한 감정이 서로 수용된 뒤에 아이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잘못되었으니 조금씩 고쳐보자고 제안해보세요. 부모가 아이를 믿고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잘못된 행동을 보일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잘한 행동을 보일때 관심을 가져주는 방법도 사용해보세요. 한숙자〈교육심리학박사.연세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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