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다자간투자협정(MAI)'파장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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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다자간 투자협정 (MAI) 이라는 낯선 이름의 국제협정이 한국경제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 협정이 타결되면 제조업은 물론 금융.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의 국내투자에 대해 문을 활짝 열어주게 된다.

소리없이 다가선 또 하나의 개방 파고 (波高) , MAI의 의미와 진행상황.전망등을 분석한다.

MAI (다자간투자협정) 란 이른바 선진국 경제클럽이라는 OECD회원국을 중심으로 국제투자의 자유화와 투자자보호를 목표로 높은 수준의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한 여러 나라들간의 투자협상을 말한다.

우리나라가 정식으로 OECD회원국이 되기전부터 진행돼왔던 이 협상은 현재 규범을 만드는 작업을 거의 완료해놓고 있으며, 내년 5월을 최종타결의 목표시한으로 잡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MAI가 WTO (세계무역기구) 협정등 기존의 국제규범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 의 투자자 보호를 지향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외국인에 대해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줘야할 뿐만 아니라, 그런 대우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상의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외국인에 대해서는 국제법에서 인정하는 수준의 대우를 해줄 것을 규정하고 있다.

두번째로 MAI는 매우 '포괄적' 인 적용범위를 갖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즉 전통적인 직접투자만이 아니라 주식.채권.파생금융상품등 모든 금융자산의 거래를 투자로간주하고 있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가 제조업은 물론 은행.보험등 금융서비스업종에 이르기까지 외국인투자에 궁극적으로는 1백% 개방돼야함을 의미하며, 주식시장등 자본시장도 개방돼 적대적인 기업의 인수.합병 (M&A) 마저 자유롭게 허용됨을 뜻한다.

이는 향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내국민대우의 보장과 연결돼 단기적으로는 이들에 의한 국내시장의 급속한 잠식을 초래할 가능성이 큼을 의미한다.

또한 금융정책의 운용방식이 선진화돼지 않으면 단기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경제정책의 운용에 주는 부작용도 심각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MAI가 갖는 보다 큰 위력은 이런 시장접근과 내국민우대원칙이 강력한법적 구속력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OECD규약등이 이른바 '신사협정' 의성격이어서 위반하더라도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은데 반해 MAI협정은 분쟁해결절차조항에서 정부간 소송뿐 아니라 피해를 입은 기업이 정부당국을 상대로 직접 제소할 수 있는 권리까지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강하고 높은 수준의 MAI협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국가들의 의도는 무엇인가?

현재 협상은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과 유럽연합 (EU) 의 서명국들에 의해주도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국경을 초월한 시장의 통합이란 개념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MAI협정에 서명해서 불리할 것이 없다.

오히려 지역협정에 가입하지 않은제3국에 자유롭게 진출해서 투자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OECD회원국이된 지난 1월부터 적극 협상에 임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역부족이라는 인상이 짙다.

그만큼 국내 제도와 행태가 MAI규범수준에 미달하다고 해석하면 무방하다.

이장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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