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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사업체에 노하우 기부 … 기업 나눔봉사도 진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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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남 영광의 사회적 기업인 ‘청람’은 올해 사업 영역을 바꿨다. 청람은 2007년 10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당시 청람은 복지시설 도우미, 간병인과 같은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벌려 했다. 하지만 좀처럼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육묘 가공과 지역 농산물 직거래사업에 뛰어들었다. 청람의 임동환 사무국장은 “주문이 밀려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中)과 유승삼 사회적 기업 지원네트워크 이사장(左), 유재준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이 10일 서울 SK텔레콤 본사에서 협약 체결 뒤 악수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청람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영광원자력본부 덕분에 사업 품목을 바꿨다. 영광원자력본부는 지난해 하반기 청람과 협약을 체결하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 회사 지역협력팀 오회춘 차장은 “처음 컨설팅을 하러 갔을 때 회계 등 경영 마인드가 거의 없었고, 글로벌 경제위기로 사회 서비스 수요가 격감해 청람이 큰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고 말했다. 영광원자력본부는 시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변이 농촌인 점을 활용해 무공해 지역 농산물 판매 사업과 육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고, 이것이 청람을 바꿔 놨다.

기업과 사회단체의 나눔 봉사가 진화하고 있다. 저소득층 지원 활동 위주에서 탈피해 전문 능력을 사회적 기업에 기부하는 데가 늘고 있다. 이른바 프로보노(pro bono publico), 즉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전문가 단체가 영세한 기업에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나눠주는 것이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텔레콤에서 이런 사회적 기업을 위한 프로보노 협약식(사회적 기업 지원 협약식)이 열렸다. 43개 대기업·공기업·전문가 단체가 참여했다.

SK텔레콤과 공인노무사회·회계사회·세무사회·시각디자인협회·SCG(Social Consulting Group)·법무법인 지평지성·대구은행·국민대 경영연구소 등은 경영 노하우와 전문지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철도공사·수자원공사·브랜드 진·삼덕회계법인 등은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우선 구매키로 했다. 이들 회사는 해당 지역의 사회적 기업과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해 전화와 e-메일, 경영 전략회의 등을 통해 회계·홍보·인사관리·계약서 작성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사안을 컨설팅한다.

이외에 포스코·한국토지공사·SK에너지 등은 설립자금을 지원하고, 대한주택공사·CJ㈜·외환은행 등은 운영자금을, 한국석유공사·롯데백화점·한국노총은 사회적 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키로 했다.

노동부 나영돈 사회적기업과장은 “프로보노가 사회적 기업에 대한 민간 부문의 자원봉사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보노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고, 저소득층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사회적 기업=영업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활 대상자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218개가 인증을 받았으며 법인세를 감면하고 시설비를 저리로 융자해 준다. 정부에서 인건비 일부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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