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41분. 한국의 수비수 이민성이 날려보낸 25m 중거리포가 일본의 골네트 오른쪽 모서리를 꿰뚫었다.
사상 최대라는 5만6천7백4명의 관중이 운집한 도쿄국립경기장은 일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햇빛이 내리쬐던 경기장에는 때맞춰 소나기가 쏟아져내렸다.
망연자실 - .말문을 닫았던 NHK 중계 캐스터의 침통한 멘트가 이어졌다.
"패배의 눈물처럼 비가 내리는군요. " 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한.일전 첫 경기가 한국의 2 - 1 극적인 역전승으로 막을 내리는 순간 빗줄기는 폭우로 바뀌었다.
한국은 3연승, 승점 9로 단독선두에 나서며 본선 진출을 위한 최대 고비를 무난히 넘겼다.
반면 일본은 치명적인 1패를 안고 1승1무1패 (승점 4) 로 2위 아랍에미리트 (2승1무.승점 7)에 이어 조3위로 밀리며 본선 진출의 희망이 빗줄기 저편으로 멀어져갔다.
드라마의 서곡은 조심스런 가운데 서서히 열기를 더해갔다.
한국은 미드필드의 열세를 의식, 최용수 (상무) 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고정운 (오사카 세레소) 과 이상윤 (일화) 을 미드필드로 끌어내린 3 - 6 - 1시스템을 구사, 두터운 수비벽으로 일본의 공세에 맞서며 기습을 노렸다.
일본은 간판 스트라이커 미우라 가즈요시 (베르디 가와사키) 와 브라질 귀화선수 로페스 (벨마레 히라쓰카) 를 투톱으로 내세워 공격적인 4 - 4 - 2시스템을 구사했으나 수비수들이 공격을 자제하는등 조심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전반은 0 - 0이었지만 경기 흐름은 한국이 주도했다.
그러나 단 한차례의 실수가 일본의 후반 선취골로 이어지고 말았다.
수비에 가담한 고정운으로부터 골에어리어 외곽에서 볼을 가로챈 일본 MF 야마구치가 후반21분 달려나온 한국 GK 김병지의 머리 위로 절묘한 로빙슛을 성공시켰다.
이 한골로 분위기는 한국의 패배로 끝나는 것같았다.
그러나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상윤 대신 서정원 (LG) 을 투입한 한국은 38분 이기형 (삼성) 의 센터링을 최용수가 머리로 연결하자 서정원이 골 정면에서 헤딩슛, 골네트를 갈랐다.
일단 동점에 성공한 한국의 공세는 둑을 무너뜨린 노도와 같았다.
일본은 사력을 다해 골문 지키기에 나섰지만 미드필드로부터 날아든 이민성의 미사일포 한방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도쿄 = 신성은 기자
◇ 최종예선 한.일전
▶도쿄
한국 2 (0 - 0 2 - 1) 1 일본
(3승) (1승1무1패)
(득)서정원 (후38.최용수) 이민성 (후41.이상 한국) 야마구치 (후21.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