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뉴욕 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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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차대전 직후 빅밴드 재즈가 한창일 때, 돈과 연예활동이 가장 풍성한 뉴욕의 진면목을 무려 1백64분 동안 보여준다.

뮤지컬 가수이기도 한 라이자 미넬리가 브로드웨이의 가수, 로버트 드 니로가 색소폰주자로 나와 서로 사랑과 대립을 일삼는다.

스코세지 감독은 자신의 고향인 뉴욕이 얼마나 많은 엔터테인먼트를 갖고 있는가를 영화 한 편으로 보여주려는 듯하다.

'내가 사랑한 남자' 라는 뮤지컬 드라마에 기초해 스코세지가 각색했다.

예전의 노래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뉴욕 뉴욕' 이라는 주제가 말고도 많은 회상의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가수로서 영화배우가 된 라이자 미넬리의 진가가 드러난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의 연예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다소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다.

전형적인 사랑과 질투의 관계가 설정된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면 간간이 나오는 빅밴드 재즈의 연주와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도 예전의 브로드웨이 쇼를 감상하는 셈이 된다.

시간이 갈수록 빅밴드는 쇠락하고 목소리가 고운 가수는 살아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남편인 색소폰주자는 몰락의 길을 걷고 아내인 미모의 가수는 스타가 된다.

결국 임신을 해 아이를 낳기도 하지만 실패한 남편과 성공한 아내의 골을 더욱 깊어져 파경에 이르는 비극이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은 음악에 대한 사랑과 인간애가 겹쳐지는데서 나온다.

음악적 재능을 대중을 위해 쓸것이냐, 자신의 순수한 예술혼을 위해 쓸것이냐. 대중성과 예술성을 양립시키면 성공하고 대립시키면 실패하는 대중예술의 오랜 문제들을 곱씹어보게 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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