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교체 잦은 중소기업청 차장 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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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소기업청 직원들이 요즘 심한 인사쇼크 증후군을 앓고 있다.

올들어 4개월마다 통상산업부 출신으로 바뀌는 '중기청 차장' 인사 때문이다.

중기청의 2인자로 안살림을 도맡는 중기청 차장은 지난 1월 바뀌고 5월에 다시 바뀌더니 26일 또다시 통산부 국장출신으로 교체됐다.

1월에 들어온 김효성 (金孝成) 차장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으로 나갔고 이원호 (李源浩) 차장은 이번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근부회장으로 나갔다.

이 때문에 중기청 직원들은 "중기청 차장 자리가 통산부 출신들의 정거장이냐" 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들은 "통산부는 고위직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중기청은 아랑곳 않고 있다" 며 "차장들은 업무파악도 제대로 못한채 떠난다" 고 허탈해하고 있다.

한 사무관은 "높은 사람들이 중기청 차장을 도대체 뭘로 보길래 4개월마다 바꾸는 것이냐" 며 "중기청 직원으로서 긍지가 무너져 내린다" 고 토로했다.

李차장을 상근부회장으로 맞는 중소기협중앙회 노조는 최근 노보를 통해 "중기청 차장은 4개월마다 바뀌니 없어도 되는 자리가 아니냐" 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직원들은 빈번한 차장 교체로 업무추진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서기관은 "청장에게 차장 추천권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청장이 국장을 제대로 부리기 힘들지 않겠느냐" 며 통솔의 문제도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기회만 있으면 "중소기업이 중요하다" 고 말해왔다.

최근 여야후보들은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청의 역할과 비중을 반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명실상부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중기청이 출범했다.

그러나 중기청의 실제 위상을 들여다보면 정책 입법은 아직도 통산부가, 예산등 집행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맡고 있어 어정쩡한 위치다.

중기청의 위상을 제자리에 세워 주고 중기청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바람 타지 않는 인사가 아쉽다.

이영렬 <경제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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