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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꿀꺽한 공무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남 해남군 읍사무소의 7급 공무원이 저소득층에게 지급해야 할 복지급여, 생계급여 10억원을 횡령했다가 체포됐다.

전남 해남경찰서는 10일 감사원으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아 장모(40·여)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장씨는 복지급여 담당을 맡은 2002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남편, 아들, 지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이름으로 차명계좌 34개를 만들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닌 사람을 끼워넣는 수법으로 5년간 758명분 복지급여 3억6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1624명분 6억4000만원을 자신이 관리하는 차명계좌로 빼돌렸다.

장씨는 이 중 5억원은 어머니에게 주고, 나머지 5억원으로 땅을 사거나 빚을 갚고, 자동차 2대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구입, 해외여행 등으로 탕진했다.

◇차명계좌로 10억 빼내 써도 확인 안해

장씨가 5년간 이런 횡령 행위를 저질렀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해남군에만도 급여수급자가 수천명이나 돼 이것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일선 시·군은 장씨가 수혜대상자로 신청한 이름과 계좌가 실제로 급여대상자임을 확인해야 했지만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생계급여 등을 지급할 때에도 점검하지 않았고 서울과 부산에서 복지보조금 횡령사건이 터지고 난 후 감사원의 직접 감사를 받고 나서야 범행이 드러났다. 더구나 장씨는 그동안 8급에서 7급으로 승진까지 했다.

◇횡령한 돈으로 흥청망청

장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횡령액 가운데 5억원을 현금으로 어머니에게 줬고, 나머지는 토지취득, 채무변제, 자동차 구입, 해외여행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4794㎡였던 그의 가족 명의의 전답은 횡령 후 1만㎡가 더 늘어났으며 SUV 1대와 승용차 1대 등 2대의 자동차를 구입했고,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까지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추가 횡령금액이 있는지와 횡령한 돈의 사용처를 확인 중이다.

◇'줄줄' 새는 보조금 대책은

보조금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지 않는 한 얼마든지 비슷한 사례가 있을 수 있고, 재발할 수도 있다. 보조금 수혜대상자를 선정할 때 심사 과정이 부실한 데다 일선 시.군당 수천명에 달하는 수혜대상자의 계좌를 점검하는 것도 몇몇 공무원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혜대상자가 거주하는 곳에 찾아가 현장에서 확인하는 일은 아예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다.

어쩌다 한번씩 표본감사를 하지만 걸러내기가 어렵고, 담당공무원이 수혜대상자의 소재를 감추면 이 또한 잡아내기 어렵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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