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MMDA 몸살…은행선 이자 부담 증권사는 고객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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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은행.종합금융.증권사등 금융기관들이 은행의 MMDA (시장금리부수시입출금식 예금) 시판이후 무리한 자금유치경쟁을 벌여 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제2금융권은 MMDA취급기관인 은행에 뭉칫돈을 빼앗기면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고 은행은 은행대로 저리예금이 MMDA로 대거 이동하는 바람에 수신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제살깎아먹기' 식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선 MMDA상품이 시판된 지난 7월11일이후 촉발된 고금리 상품 수신경쟁에 따라 은행권 저리예금에서 7조원, 제2금융권에서 4조원 가량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증권사 = 고객예탁금이 썰물처럼 빠져 자금난이 심하다.

고객예탁금은 현재 2조6천억원대로 MMDA시판후 두달여만에 무려 7천억원이 줄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두달새 증시불안이 가중된 탓도 있지만 예탁금이 이처럼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MMDA로 빠져나간 돈이 증시로 돌아오지 않은 때문" 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이미 하루 7억~8억원 규모의 콜시장 자금중 20% 가량을 갖다 쓰고있고 최근엔 은행들이 콜자금 대출을 꺼리자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12%안팎의 RP (환매채) 를 내세워 출혈판촉에 나서고 있다.

◇ 종금사 = 부도유예협약으로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고 극심한 외화자금부족사태까지 겹쳐 유례없는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은행권 MMDA에 2조원 이상의 수신을 빼앗기면서 비상이 걸렸다.

종금사들은 주력상품인 CMA (어음관리계좌) 금리를 최고 연12%까지 올리는가 하면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내세워 투신전용 MMF (머니마켓펀드)에도 손을 댈 채비를 갖추는등 무모한 고금리경쟁에 몸을 내던지고 있다.

◇ 은행권 = MMDA의 3분의2가량은 기존의 저리자유저축예금이 전환된 것이어서 실제자금유입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게다가 늘어난 금리부담으로 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MMDA 시판에 따른 예대마진축소로 은행권의 연간수지가 7천5백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선발시중은행일수록 자체예금에서 옮겨온 정도가 심해 후유증이 많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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