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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공개리콜 확대여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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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일부 자동차회사의 승용차 결함부품에 대한 처리문제가 불거지면서 리콜 (recall) 제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있다.

이에따라 소비자보호원은 25일 소비자권익 보호차원에서 리콜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여는등 현행 리콜제도가 공론화의 도마위에 올랐다.

리콜이란 자동차 부품.장치등의 구조적 결함이 소비자에게 위해를 일으킬 수있다고 판단될 경우 제조업체가 무상으로 수리해주거나 환불해주는 제도. 지난 6월 대우 누비라의 엔진 중앙제어 장치에 결함이 발견된데 이어 최근 현대 아반테와 티뷰론에 부착된 클러치 마스타 실린더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공개리콜을 요구한 반면 업체는 "안전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리콜 대상이 아니며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무상정비할 것" 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이날 공청회에서 소비자보호원 정용득 (鄭鏞得) 국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리콜대상 품목이 자동차에 한정되어 있으나 자동차 안전은 부속장비와도 연관이 있기에 타이어,에어백, 안전벨트등 까지도 그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또 하종선 (河鍾瑄) 변호사는 "자동차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로교통안전청 (NHTSA) 과 같은 자동차 리콜전문 기관이 설립돼야 할것" 이라고 제안했다.

소비자보호원이 96년 1월~97년 5월말을 기준으로 실시한 '한국산 자동차의 국내외 리콜 실태조사' 결과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해외에서 팔린 차에 대해서는 작은 결함에도 적극적으로 공개리콜한 반면 국내 판매분에 대해선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8월29일자 23면 참조)

◇ 현행 리콜 관련제도 = 현행 자동차관리법 (31조) 및 시행규칙 (40조)에는 "자동차업체는 안전기준에 적합하지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계속적.반복적으로 다수 자동차에 발생하는 경우 지체없이 시정조치를 해야한다" 고 명시돼있다.

국내 업계는 자동차의 안전및 환경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아주 드물게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고 있지만 제도자체가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소비자보호원의 이해각 (李海珏) 차장은 "정부 당국의 예산부족으로 결함이 있는 차량을 찾아내는 일이 여의치않아 리콜 제도가 활성화되지않고 있다" 며 "일부 제조업체들은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고 주장했다.

건설교통부는 2000년께 자동차 사전형식 승인제도를 폐지하고 출고된 신차에 문제가 있을 때 제작사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제작결함 시정제 (리콜제) 를 본격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리콜 제도의 범위를 확대하고 정부가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출고된 차량의 결함을 적출해내는 일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 업계 입장 =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인 이수일 (李壽一) 전무는 "선진국과 비교해 볼때 아직 식품이나 기초 생활필수품에 대한 관리감독조차 미흡한 실정에서 유독 자동차에 대한 리콜만 강화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않는다" 며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리콜제도의 시행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대우자동차의 한 임원은 "국내에선 한번 리콜에 응하면 해당 차는 '다시 타지 못할 차' 로 매도해버리는 바람에 리콜 제도를 활용할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오승채 (吳承采) 이사는 "소비자들이 '리콜된 자동차는 불량품' 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리콜실시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품질좋은 자동차를 사용할수 있게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리콜제도가 활성화될수 있다" 고 주장했다.

◇ 외국의 사례 ; 미국은 70년부터 운수성 산하에 연방고속도로 안전청 (NHTSA) 을 설립해 자동차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의 안전과 관련한 결함이나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자동차 및 부품의 리콜 실시에 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있다.

미국에서는 95년 한해동안 리콜 대상 차량이 1천6백만대에 달할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현재 미국등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자동차 리콜제도는 실제로 안전사고나 제품의 결함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예방차원의 점검 및 시정조치 (조정, 수리 및 교환) 를 실시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히 미국.호주.영국등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부품에 중대한 결함이 있을경우 관계당국이 리콜 이행여부를 18개월 동안 감시하고 그래도 이행하지않을때는 재리콜 명령을 내리고 있다.

박의준.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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