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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위산업체 ‘호시절’ 끝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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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불똥이 미 방위산업으로 튀었다. 적자 줄이기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위산업 예산 삭감을 시사하면서 군수 업체가 궁지에 몰렸다고 뉴욕 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오바마는 최근 “방위산업 계약자에게 백지수표를 주던 시절은 끝났다”며 “군수 물자 계약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 계약 이행 지연 등으로 엄청난 초과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계약 체계를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WSJ는 “미 국방부는 전투기부터 작은 사무집기 구매까지 연간 3300억 달러(512조원)를 지출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초과 비용에 오바마 정부가 주목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 회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 국방부의 95개 주요 무기 구매 예산은 추정치보다 3000억 달러(465조원)를 초과했다고 NYT는 전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지난달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9·11로 열렸던 국방 예산의 수도꼭지가 이제 닫혔다”고 밝혔다. 고든 애덤스 아메리카대 교수는 “오바마가 후보 시절부터 탐탁지 않게 여겼던 100억 달러(16조원) 규모의 미사일방어(MD)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려 중이며,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33억 달러의 구축함 계약도 취소될 수 있고, 1600억 달러 규모의 육군 현대화 작업 계획도 물 건너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오바마는 최근 대통령 전용 헬기인 머린원의 신규 구매와 관련해 “돈만 많이 들고 생산이 지연되는 새 헬리콥터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23대의 헬리콥터 제작에 61억 달러가 들어간다.

가장 첨예한 사안은 대당 1억4300만 달러(2220억원)인 최신예 스텔스전투기 F-22 추가 구매 문제다. 오바마는 지난달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무기에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F-22 구매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하지만 의회와 방위산업체는 ‘일자리’를 앞세워 맞서고 있다. 록히드마틴사는 “F-22의 생산에 2만5000여 명이 직접 관련돼 있으며, 간접적으로 연관된 근로자도 7만여 명에 달한다”며 “F-22의 구매를 취소하면 근로자들이 해고에 직면하게 된다”고 압박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협력업체는 44개 주의 1000여 개가 넘는다. 여기에다 국방 예산 삭감이 미군의 군사력 약화를 초래해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방산업체의 주장도 오바마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상원의원 44명과 하원의원 200여 명은 오바마에게 전투기 구매를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미 항공산업연합회(AIA)도 “방위산업은 고소득과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방위산업 예산 삭감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현옥·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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