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밝히고 야간운전 했다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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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유리에서 LED까지 백년 변천사
뒤안길로 사라진 헤드램프의 로망 팝업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1880년 대 후반, 최초의 차를 살펴보면 생략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최초의 차엔 헤드램프가 없었다. 야간 주행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헤드램프는 필요치 않았던 거다. 물론 시간이 흘러 야간 주행이 일반화됐을 때도 일정기간 촛불이 지금의 헤드램프를 대신했다. 1879년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했지만, 헤드램프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순 없었다. 당시의 기술로 전기를 이용한 헤드램프를 장착하기 위해선 자동차 가격에 맞먹는 막대한 돈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 덕에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지금이지만, 과거엔 엄격한 법규에 지배를 받았던 것이 헤드램프다. 유럽의 경우 특별한 규정이 존재치 않았던 덕분에 안전만 보장된다면 어떤 형태의 헤드램프라도 기술이 허락하는 한 탑재할 수 있었다. 원형의 헤드램프를 넘어 1961년 직사각형의 헤드램프가 등장한 것도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사정은 달랐다. 1940년대, 미국 정부는 178mm의 원형 헤드램프만을 인정할 뿐이었다. 물론 1983년 40년 넘게 지켜오던 규정은 수정됐고, 결국 미국에도 교체가 가능한 벌브, 과거의 규정을 벗어난 디자인, 에어로 다이내믹 렌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염원했던 변화였겠지만 1990년대엔 과거의 추억을 담은 원형의 헤드램프가 다시 유행했다. 물론 과거의 차들에 적용된 모습과는 차별된, 오벌 형이나 디자인적으로 성장한 그 이상의 것이었지만.

헤드램프의 디자인을 얘기할 때 1937년에 개발된 팝업 헤드램프를 잊을 순 없겠다. 팝업 헤드램프는 말 그대로 평소엔 종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작동과 함께 위로 솟구치는 방식의 장치다. 추억 속 날렵한 BMW 8시리즈에 적용됐다는 것만으로도 헤드램프의 로망이긴 하지만 에어로 다이내믹을 방해하는 디자인적 결함이 문제였다. 더구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도드라지면서 보행자의 안전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모양새였다. 사고 시 보행자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램프를 꼿꼿이 세우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촛불로 시작해, 자동차를 멈춰 세우고 헤드램프를 밝혀야했던 시대를 지나 현재에 도달한 헤드램프 시스템은 1백년이란 세월을 통해 일취월장했다. 메탈과 유리로 완성됐던 헤드램프는 어떤 기후에서도 굳건한 모습을 자랑하는 소재와 LED를 장착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의 외관을 완성하고, 브랜드의 패밀리 룩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에 의심은 없다. 최근 등장하는 신차들을 살펴보면 그런 특징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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