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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TV 일일극 '정때문에' 4년째 독주 이유…일상성의 재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KBS1TV 일일연속극의 권세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당신이 그리워질때' (극본 이금림) - '바람은 불어도' (문영남) - '사랑할때까지' (이금림) - '정때문에' (문영남) 로 이어지는 일일드라마의 열기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식을 줄 모른다.

작가 이금림 - 문영남 라인이 번갈아가며 만드는 이 '한국적 가족드라마' 에 시청자들은 습관처럼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다.

이어지는 9시 뉴스 시청률까지 덩달아 상위권에 끌어올리며 KBS 스테이션 이미지를 높이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지도 벌써 4년째다.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 힘은 일상성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지금까지의 KBS 일일드라마들에는 한국인의 일상이 촘촘히 담겨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며느리와 올케, 동서지간, 맞벌이부부, 육아, 이혼과 재혼, 입시문제, 노인문제등 한국인들과 연관된 온갖 갈등구조에 젊은 부부의 신풍속도를 감초처럼 등장시키며 온 국민들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왔다.

'정때문에' 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물론이다.

대가족제 내에서의 자잘한 에피소드들의 충돌로 이어지는 거의 비슷한 구조의 드라마들이 몇년동안 계속 시청률 수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산업사회가 진행되고 핵가족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옛것을 그리워하고 그속에서 대리만족을 얻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뜻한다.

다양한 인물구조가 엮어내는 갈등과 화합의 연속성은 이 드라마의 생명줄이다.

비슷한 가족물을 표방하는 동시간대 다른 드라마들이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해 다소 거친 분위기를 만들거나 푼수연기등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작은 갈등을 큰 화합으로 만들어내는 따뜻하고 잔잔한 기조는 무시할 수 없는 흡입력을 지닌다.

최근 추석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보자. 7년만에 친정을 찾으려는 큰 며느리의 심정은 아랑곳않고 둘째며느리와 딸만 챙기는 시어머니. 무관심한 남편. 그사이에서 아무말도 못한채 눈물만 흘리는 큰며느리. 결국 뒤늦게 이를 알아챈 남편은 부인을 부등켜안고 마음을 풀어준다.

하지만 이런 '화합' 위주의 드라마 구조는 강점인 동시에 커다란 함정을 지니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회피한채 화합을 위한 '희생' 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 에피소드를 본 시청자들은 "요즘 저런 며느리가 어디있어" 라는 심정이 된다.

무조건 참는 것만이 화합의 대전제라는 이런 무리수들은 편안히 극에 몰입하려는 시청자들을 방해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관성으로 버틴다' 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4년째 단물을 빨았던 그 '일상성' 이 이제는 한계상황으로 등장한 것이다.

"미 (me) 여유 (저에요)" 라는 국적불명의 말투, 내재된 시한폭탄이었던 첩 (강부자 분) 과 첩의 딸 (하희라 분) 얘기가 매끄럽지 않게 이어지는 것등도 거슬리는 부분이다.

갈등과 화합의 구조를 유치하지 않고 어떻게 깔끔하게 펼칠 것인가.

이 대목이야말로 '정때문에' 가 한국적 가족드라마의 전형을 굳히는 관건이 될 듯하다.

이와함께 지금까지 대로라면 다음번 작가는 이금림이어야하나 이씨는 이미 10월부터 방영되는 SBS 새 일일극을 맡을 예정. 균형이 깨진 이후 KBS 대책도 새로운 주목거리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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