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용선 계약 한 차례만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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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박은경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해운업계의 경우 용선·재용선 계약 관계에 따른 카운터 파티 리스크(계약 상대방에 따른 위험)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용선 관계에 얽힌 회사 중 한 곳이라도 망하거나 사라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대개 배를 빌린 값은 15일이나 한 달 단위로 정산해야 하는데, 돈 흐름이 막히면 연쇄적인 자금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상 어려움에 이른 몇몇 중견 선사는 수십 척 단위의 용선 계약을 맺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팀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복잡한 재용선 계약 등 문제가 해결돼야 우량한 중견 해운사들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이렇게 심각한 사례는 적은 편이라고 한다.

중견 해운사 JH쉬핑의 최익수 대표는 “일본의 경우 자기 회사 배 운용이 기본이며 빌려주는 용선 계약은 보통 한 차례만 허용한다”며 “아주 드문 경우에 용선을 한 차례 더 허용한 사례도 있지만 한국처럼 몇 단계를 가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비정상적인 연쇄적 재용선 관행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한진해운·STX팬오션·현대상선 등 대형 국적 해운사들은 재용선 계약 문제와 별 상관이 없다. 3사 모두 대형 화주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실제 일감이 있는 데다 원자재 중심의 화물선 외에 유조선·자동차 운반선·특수선 등 업종도 다변화돼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재용선 등 복잡한 계약 관계는 맺고 있지 않다”며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업황은 나쁘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TX팬오션 황성민 차장은 “실제 실어 나를 화물과 영업 능력이 있고 재용선 관계가 적은 우량 해운사들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해운 불황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2009년 세계해운 전망과 대응방안’ 보고서도 “운임이 급락하는 가운데 화주는 신용이 좋은 해운사의 자사 선박에만 화물 운송을 맡기려 하기 때문에 용선 선박의 운항 중단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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