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미국과 중국에 대한 대처법은 달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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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전인대 기자회견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AP=연합뉴스]

미국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의
리처드 니스벳 교수가
동, 서양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니스벳 교수는
'생각의 지도'의 저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실험은
소, 닭, 풀이 각각 그려진 석 장의 그림을
서양 학생들과 동양 학생들 각각에게
보여주고 관계 있는 것끼리 짝을 지어보라는 것이었다.

당신은 어떻게 짝을 지을 것인가.
아뭏튼 실험 결과 서양 학생들은 소와 닭을 짝 지었다.
반면 동양 학생들은 소와 풀을 짝 지었다.

서양 학생들의 분류는 동물이냐 식물이냐였다.
반면 동양 학생들은 소가 풀을 뜯어먹으니까 하는
관계성을 중시한 분류였다.

니스벳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서양인이 '분류성', '독립성'을 중시하는 반면
동양인은 '관계성'을 중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난국 헤쳐가기가 급선무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모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상대들이다.

그러나 이 두 대국을 다룰 때는 각기 다른 방법을 써야하지 않을까.
미국을 대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대하면,
또 중국을 대하던 방법으로 미국을 대한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6일 전인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조속한 FTA 체결을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한중 FTA 체결과 관련해 양국 간 그동안 적지 않은 논의가 있었고,
득이냐 실이냐 문제로 쉽게 결론을 내릴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중요한 한 가지는 한중 FTA를
우리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던 방식으로 생각하고 진행한다면
이렇다할 진전도, 또 실익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한중 FTA 협상과 관련해선
우리가 한중 경제는 물론 한중 양국 관계라는 큰 틀,
즉 한중 양국의 '관계'라는 동양 국가끼리의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양국 모두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양제츠 부장이 전세계를 상대로 한
전인대 내외신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고 또 그 답을 하는 과정에서
한중 FTA를 언급한 건 그냥 흘려 버릴 일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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