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청소년콩쿠르 1등 전주신흥중 고봉인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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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예술의 재능을 꽃 피우려면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등으로 유학을 가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을 깨고 국내서도 열심히 하면 세계최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 장한 소년이 있다.

화제의 소년은 전주신흥중학교 1학년 고봉인 (高鳳麟.12) 군. 高군은 최근 최고의 전통과 명예를 자랑하는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콩쿠르대회 첼로부문에서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작은 거장들 41명을 제치고 1등에 올랐다.

高군이 첼로를 시작한 것은 교환교수로 파견된 아버지 (高圭永.전북의대 기초생리학 교수) 를 따라 미국에 가 있던 초등학교 2학년때. 어머니가 사다 준 카잘스의 '베토벤 소나타' 를 듣곤 "첼로를 배우고 싶다" 고 졸랐다.

94년말 가족들과 함께 귀국, 초등학교 5학년으로 편입한 高군은 어머니 권유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시험을 치렀다.

오디션을 맡았던 정명화 (鄭明和) 교수등은 "재능이 보이니 한번 잘 가르쳐 보자" 며 지도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때부터 월~금요일엔 전주에서 학교수업을 받고 토, 일요일엔 고속버스와 기차로 서울을 오가며 레슨을 받는 강행군이 시작됐다.

예술학교 鄭명화.張형원교수등은 주말이면 지방에서 올라 오는 이 대견한 제자의 시간에 맞춰 자신들의 일정을 조정할 정도로 헌신적이고 열성적으로 지도해줬다.

그나마 지금까지 레슨비 한푼 받지 않았을 뿐더러 부모들이 조그마한 사례라도 할라치면 "그돈을 高군위해 쓰라" 며 되돌려 주기도 했다.

이처럼 주위의 아낌없는 지원과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高군은 첼로의 활을 본격적으로 잡은지 3년여만에 세칭 최고 명문으로 통하는 '줄리어드' 출신등 세계 신동들을 물리치고 첼로계의 샛별로 탄생했다.

전주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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