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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총비서 오를 김정일…김정일의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이 김정일을 총비서에 추대하기 위한 공식절차를 밟고 있다.

머지 않아 정권과도기에 마침표를 찍고 본격적인 김정일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다.

김일성 사후 (死後) 3년여동안 권력의 불안정요소를 제거하고 상당한 인사개편을 해놓는등 당.정.군등 국가 전체에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진 김정일로서는 '등극 (登極)' 에 따른 별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같지는 않아 보인다.

주민들에 대한 강력한 통제도 유지되고 있고 한반도 주변 4강 역시 급작스런 붕괴를 원치 않고 있다.

정권의 정치적 내구성은 확보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최대 과제인 경제위기는 별개 문제다.

김정일정권이 경제난을 쉽게 극복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획기적인 조치보다 제한적 개방정책을 고수해온데다 영농개혁이나 나진.선봉을 통한 개방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개혁.개방정책 = 김정일 정권의 최대과제는 경제회복이다.

이미 자생력을 잃은 북한 경제는 외부수혈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한 적극적 개혁.개방 조치가 시급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권과의 협력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정일 정권이 ▶종래의 제한적인 개혁.개방을 고수하며 위기관리형 통치를 계속해갈지 ▶국제경제질서에 적극 동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개방 확대에 따른 정권안정과 체제유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다수 전문관료들은 대외개방의 확대없이 산업구조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는 생각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당장 경제체제의 근본적인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미관계 개선등 외부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충격파를 최소화하며 경제회생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 남북관계.경협 =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은 체제붕괴를 피하면서 한국으로부터 경제회생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시기적으로는 새로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 대북정책 성향을 분석한 이후가 될 전망이다.

당국간 대화에 앞서 민간접촉을 강화할 것이고 정당.사회단체등 대화창구를 다양화하려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일성이 추진하다 수포로 끝난 남북정상회담이 '유훈사업' 으로 남아있지만 자신의 정권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회담을 상당기간 늦출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또다시 조문문제를 거론할지도 모른다.

다만 남북 경협에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다.

그럴 조짐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난 해결에서 남한기업의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의 새 정부가 대북경협에 나선 기업들을 어느 정도 통제하느냐에 촉각을 세울 것이다.

◇ 4자회담 = 김정일이 공식 승계한다고 해서 4자회담이 빠른 시일안에 타결국면으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체제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4자회담 공전국면을 장기화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회담의 주요 고비마다 전제조건을 달아 과실 (果實) 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하려들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4자회담이 갖는 성격에서 비롯된다.

4자회담 자체가 북한의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에 대한 한.미의 대응이기 때문이다.

◇ 대미.일 관계 = 북한이 대미 (對美) 관계 개선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지만 양국간 수교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자신의 대미관이 '이용가치' 와 '타도대상' 양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 노동당비서 황장엽 (黃長燁) 씨의 증언이다.

결국 대미관계의 개선과정을 통해 시간을 벌고 실리도 채우면서 일본.중국을 견제하고 한국을 고립시키는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계속 할 것이다.

김성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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