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1.디지타워社 '포켓비스킷'(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장기적 경기침체와 수출경쟁력 약화, 잇따른 부도로 기업들이 호된 시련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찾아보면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월드마켓 곳곳을 파고들어 돌파구를 찾는 우리 기업과 상품이 적지 않다.

이들의 경쟁력은 "시장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는 열정과 번뜩이는 아이디어. " '수출한국' 기치 다시 한번 드높이자. " 며 지구촌을 누비는 우리 상품들의 성공담을 현장 취재를 통해 직접 들어본다.

[도쿄.심천 = 특별취재팀] '포켓비스킷 20개 확보 - 3천8백40엔 (약 2만8천8백원)' 일본 최대 전자상가인 도쿄 아키하바라의 한 게임기 취급 상점의 쇼윈도에 써붙여놓은 광고문이다.

다른 상점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 광고판이나 전단을 내붙여 놓고 있다.

안내 광고문을 서둘러 떼어버리는 곳도 있다.

포켓비스킷을 찾는 청소년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물건이 다 팔려버린 때문이란다.

아키하바라 전철역 인근 큰길가에 위치한 도요덴큐 (東洋電球) 의 주인은 "게임기에는 정가가 1천9백80엔 (약1만4천8백50원) 으로 쓰여 있지만 웃돈을 붙여 두배 가격에 팔아도 불티나게 팔린다" 고 말한다.

"그나마 물건 구하기조차 힘들다" 고 하소연한다.

디지털 애완동물로 일본 전역에서 화제가 됐던 다마곳치를 능가하는 인기를 끌고있는 미니게임기 '포켓비스킷' 붐을 가늠케 해주는 설명이다.

상인들은 "패밀리마트등 일반 편의점은 말할 것도 없고 아키하바라에서조차 포켓비스킷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아키하바라 점포들 중 포켓비스킷을 확보한 상점들은 견본품 한두개를 수십종의 미니 게임기 진열대중 제일 잘보이는 곳에 전시해 놓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올여름 일본열도의 청소년들을 후끈 달궈놓은 '포켓비스킷' .이는 우리나라의 무명 컴퓨터게임 관련 벤처기업인 디지타워 (대표 徐承薰)가 개발한 국산품이다.

개발은 디지타워가, 생산은 중국 시윈 (SEEWIN) 이, 판매는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3개월동안의 일본내 판매량은 3백만개가 넘는다.

월 1백만개씩 생산해 내지만 일본의 주요 도매상과 상점에서는 물량이 달린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지난6월에는 30만개를 첫 생산해 시장에 내놓자마자 눈깜짝할 사이에 동이 났다.

도쿄 지역 패밀리마트등에서 밤세워 기다리고도 게임기를 사지 못한 청소년들이 '우선구매' 표 (번호표) 를 받고서야 돌아갈 정도였다.

3백만개가 팔릴 때까지 광고를 한 적도 없다.

청소년들의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고 언론의 히트상품 소개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명동뿐 아니라 홍콩등 동남아지역 청소년들이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있다.

중국 경제특구 선전 (深수) 의 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생산공장인 시윈도 주문량을 대느라 밤낮없이 가동되고 있다.

이 회사 호와이밍 (43) 사장. 그는 "주문량이 갈수록 늘어나지만 공장 설비가 한정돼 있어 여름휴가도 없이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 며 싱글벙글했다.

포켓비스킷은 일본에서 앨범이 3백만장 이상 팔린 유명한 인기가수그룹 이름. 당초 개그맨.가수.사회자였던 세사람이 모여 앨범을 내 대히트를 기록했다.

포켓비스킷은 이들 세 사람의 실제 이름과 특징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게임방식은 이들의 매니저가 돼 2주만에 인기차트 1위에 올려 놓는 것. 이 게임을 기획, 제작한 徐사장은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는 다마곳치와 달리 게임이지만 실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기그룹의 매니저가 될수 있다는 점이 성공 비결인 것 같다" 고 분석했다.

도쿄 신주쿠의 한 스낵코너에서 만난 유꼬 (19) 양은 "게임이 너무 재미있고 포켓비스킷의 매니저가 된듯해 더욱 빠져들게 된다" 고 말했다.

국산 게임이 '게임산업의 천국' 으로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일본에서 이처럼 대히트를 친 것은 국내외를 통털어 처음. '포켓비스킷' 은 그러나 모델로 삼은 인기그룹이 일본인들이라 다른 지역 수출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품. 디지타워는 이에따라 출연 모델을 바꿔 수출예정 국가의 인기인을 캐릭터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 첫 작업이 우리나라 그룹 젝스키스를 캐릭터로 한 미니게임기 '포켓젝키' .지난 20일 내놓아 국내에서도 바람몰이에 나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