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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세 > 국내시세, 밀수입보다 밀수출 많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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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 22면

금가루가 들어간 생선초밥을 먹으면 건강에 좋을까? ‘금 관광’을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에도 한때 3000개가 넘는 금광이 있었다는데? 문답으로 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봤다.

문답으로 풀어본 한국 속의 금

국내에서 유통되는 금은 모두 수입하나.
“정부는 국내 금 수요를 연간 100t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70~80t, 또는 300t까지 전망할 만큼 관련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 국내에서는 LS니꼬동제련·고려아연 등에서 광물 제련 부산물의 형태로 연 42~45t의 금을 생산한다. 나머지는 스위스·홍콩·호주 등에서 수입하거나 고금(古金)을 정련해 공급하고 있다.”

지금도 국내에서 금을 캐고 있나.
“충북 음성의 무극광산이 1997년 말 문을 닫으면서 국내 금 생산은 거의 중단됐다. 현재는 순신개발이 소유한 전남 해남의 은산광산이 유일한 상업 광산이다. 2004년 캐나다 광물업체 아이반호에서 채굴권을 인수한 이 회사는 연 200㎏가량 금을 캐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부터 연 1~2개씩 금광 탐사·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은 국내 금 매장량을 30여t으로 추정한다.”

연간 밀수입되는 금은 얼마.
“관세청에 따르면 금 밀수입은 2005년 614억원어치(33건)가 적발된 이래 계속 줄었다. 지난해에는 3억원(2건)어치에 불과했다. 거꾸로 ‘밀수출’이 늘었다. 지난해에만 53억원어치(52건)를 몰래 가지고 나가려다 적발됐다. 금 국제 시세가 국내보다 높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도 금광을 찾는 ‘자박마니(금을 캐는 사람을 뜻하는 우리말)’가 있다는데.
“지질자원연구원에는 폐금광, 강 하구 등에서 돌이나 모래를 가져와 금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자박마니가 매달 3~4명쯤 찾아온다. 광업권 출원 건수도 크게 늘었다. 5~6년 만해도 450여 건이던 금·은·동·납·아연 광업권 출원 건수가 지난해엔 1520건이나 됐다. 지식경제부 광업등록사무소 관계자는 ‘광업권을 출원했다고 직접 채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광물 값이 오르면서 나타난 특수 현상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금가루가 들어간 한약·초밥·화장품 등은 몸에 좋은가.
“서양에는 금이 피부 궤양을 치료하거나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동의보감에는 금이 피부를 깨끗하게 하며 해독 작용을 한다고 나와 있다. 비피노한의원 이상봉 원장은 ‘과거에는 우황청심환 등에 금박을 입혀 항균·항염증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진정 작용, 노폐물 제거 외에 특별한 효능은 없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말했다. 일식집에서 나오는 금가루 뿌린 생선초밥, 금술도 마찬가지다. 초밥 한 개에 들어가는 금박은 원가가 700~800원, 우황청심환을 감싼 금박은 500원가량 되는데 전문가들은 ‘양이 너무 적어 별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금 마사지, 금가루 화장품도 비슷하다. 피부에 금가루가 닿으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크기로 조각난 채 피부 위에 머물다가 천천히 배출된다.”

네덜란드 튤립 투기, 미국의 골드러시처럼 한국에도 ‘금광 투기’가 있었다고 하던데.
“30년대 초반 일본은 치밀한 각본 아래 ‘금광 열풍’을 조장했다. 조선총독부가 유망한 금광에 보조비를 지급하는 등 산금 장려정책을 편 결과 한반도에서 3200곳 넘게 금광이 개발됐다. 39년엔 금 생산량이 31t에 달했다. 그해 일본은 남아프리카공화국·미국·소련·호주에 이어 세계 5대 금 생산국에 올랐다. 소설가 채만식·김유정,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을 만든 김기진 등 당대의 지식인부터 기업인·농민들이 곡괭이를 들고 전국을 파헤쳤다. ‘금광왕’으로 불린 최창학과 교동금광으로 큰돈을 벌어 조선일보를 인수한 방응모 등이 ‘엘도라도’를 발견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일본 패망과 함께 수백 개의 광산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

한국에 가 볼 만한 금 박물관은 어디가 있나.
“강원도 정선의 화암동굴이 유명하다. 이곳은 22~45년 금을 캤던 곳이다. 동굴 안을 금 채굴을 형상화한 밀랍인형·금괴·장신구 등으로 꾸몄다. 연간 관광객만 35만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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