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 의원 월급 '180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은 20일 17대 국회에서 받은 첫 세비 약 600만원(세금 공제 후) 중 180만원만 수중에 남기고 나머지 약 420만원을 당에 냈다. 천영세 의원은 이날 "17대 총선 전에 국민과 당원 앞에 한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6월분 세비뿐 아니라 매달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이 돈을 당의 정책개발비와 당직자 임금 보조비용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180만원은 당에서 제시한 노동자 평균임금 수준이다. 민노당은 지난 3월 말 '국회의원 후보 10대 서약'을 통해 세비 중 노동자 평균임금 수준을 초과하는 금액은 당에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의원을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수준을 넘어서는 생활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천 의원에게 "그것으로 생활이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소속 의원 대부분이 원래 이렇다 할 고정적인 수입이 없던 사람들이라 그런 대로 맞춰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회찬 의원도 "국민에게 약속한 것인데 모자라더라도 거기에 맞춰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에선 적잖이 걱정하는 눈치다. 당의 관계자들은 "의원들의 경우 지금까진 별다른 소득이 없었어도 부인이 부업을 하는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가정생활은 꾸려갈 수 있었으나 의정활동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의정활동을 잘하려면 180만원은 턱없이 적은 돈"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에겐 당장 새로 구입한 차량의 할부금이 큰 부담이다. 현재 권영길.천영세.노회찬 의원 등 5, 6명이 차를 구입한 상태다. 그들은 수십만원의 할부금을 내야 한다. 이 경우 가용소득은 크게 줄어들게 돼 차를 구입한 의원들은 골치를 썩이지 않을 수 없다.

의원실 운영비도 문제다. 차량유지비 등 일부 경비는 국회에서 나오지만 정책개발비 등 의정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쥐꼬리만한 세비'에서 충당해도 모자랄 게 틀림없다.

의원 보좌진의 경우도 중앙당 당직자들과 같은 수준의 월급만 받고 나머지는 당에 내기로 돼 있다. 통상 4급보좌관의 경우 연봉은 6000만원가량이다.

의원단대표이기도 한 천 의원은 "당에 사정 얘기를 해서 운영비를 좀더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원단에서는 부족한 의정활동비 마련을 위한 의원후원회 활성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은 더 고민이 많다. 교통비 때문이다. 민노당에서는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한달에 50만원씩 교통비를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조승수(울산 북구)의원은 "보좌진 한명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지역구에 다녀오면 보통 20만, 30만원이 들어 50만원으론 모자란다"고 했다.

민노당에서는 아직 의원과 보좌진의 명확한 임금수준이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당대회에 의원단의 경우 180만원+활동비, 보좌진과 당직자는 120만원 수준의 임금안이 상정됐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에서는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당대회에 맞춰 임금안을 다시 짜고 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당초 임금안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래저래 민노당의 의원들이나 보좌진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