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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 전담 변호사 생겨…9월 지법 7곳 시범 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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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선 변호인 제도'가 대폭 개선된다.

대법원은 9월부터 서울중앙.인천.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7개 지방법원에서 국선 변호 전담 변호사제도를 시범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국선 변호인 제도는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돈을 주고 선임하는 '사선(私選) 변호인'에 비해 변론 활동을 부실하게 해 인권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선 변호사로 선임되고도 재판이 열릴 때까지 피고인을 한 번도 접견하지 않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검찰이나 경찰의 사건 기록을 읽지도 않은 채 재판에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피고인이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도 일부 국선 변호인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한다"면서 형식적으로 변론해 피고인의 반발을 사는 사례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사건을 기피한 결과다.

새 국선 변호사 제도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법원이 지정한 사건만 변론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형사 사건을 수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국선 전담 변호사가 변론 전에 피고인을 의무적으로 접견하도록 하고, 사건기록을 미리 복사하도록 해 충실한 변론이 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사건이 종결되면 활동 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법원은 서울중앙지법은 4명, 다른 6개 지방법원은 2명씩 모두 16명의 국선 변호 전담 변호사를 선발해 시행한 뒤 성과를 보고 전국 법원에 확대할 계획이다. 국선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경력 2년 이상의 법조인이면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고,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도 신청할 수 있다.

대법원 김유진 송무심의관은 "그동안 국선 변호인들이 개인적으로 수임한 사건만 열심히 변론하고, 보수 수준이 낮은 국선 변호 사건은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변호사가 국선 변호 전담 변호사를 신청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선임료가 지금처럼 건당 15만~75만원으로 일반 형사사건보다 훨씬 적다. 대법원은 전담 변호사에게 월평균 25건을 할당해 수입을 보장할 방침이다.

정상진 변호사는 "실력 있는 변호사를 국선 변호 전담 변호사로 확보하려면 현재보다 많은 선임료를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선 변호사제=가정형편상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피고인에게 국가가 비용을 지급, 변호사를 선임해 주는 제도. 현재 재판부마다 5명의 국선 변호사를 지정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신청하고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선임해 준다.

70세 이상이거나 미성년자 또는 법정형이 사형.무기.징역 3년 이상인 경우에는 피고인이 신청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한다. 지난해 전체 형사 사건(28만3269건) 중 국선 변호사가 선임된 것은 32.8%(9만2959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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