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 “盧, 김수환 추기경 시체 뒤에 비수 꽂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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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 신부(서강대 전 총장·사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근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거론하며 김수환 추기경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게재한 것을 두고 정면 비판했다.

박 전 총장은 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니까 퇴물이 된 주체사상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총장은“김 추기경이 살아 생전에도 이 갈등의 시기에 빛의 역할,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임종하시고도 우리에게 정신적으로 깊은 유산을 줘 종교를 초월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의 일생과 우리에게 준 정신적 유산을 되새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관용과 상대주의’를 언급하면서 김 추기경을 비판하는 글을 썼는데 물론 생각할 자유가 있고 글쓸 자유가 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참 한심하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또“포용도 좋지만 관용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빵 문제와 자유 문제, 인권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공산주의 사상을 포용할 때 어떻게 되겠나. 남한은 적화통일된다”면서 “대통령 했던 사람이 마치 십 몇년 전에 운동권 학생들이 ‘민주주의 하려면 공산주의할 자유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지금 하고 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도 비겁하게 김 추기경이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마치 시체에 칼을 꽂는 것 비슷하게 한다”며 “이것은 철학적으로 무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좌익사상을 그 사람(노 전 대통령) 속에 아마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본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일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올린 ‘민주주의와 관용과 상대주의’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추기경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 문제나 국가보안법 문제에 관해 말씀한 내용을 보면서 민주주의니 관용이니 하는 것이 말로는 하기 쉬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문화로 정착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거듭 확인하기도 한다”고 적었다.

강 교수는 2001년 8ㆍ15 축전 방북단의 일원으로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 등을 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보석으로 풀려 났다.

이와 관련 김 추기경은 200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교수라는 지성인이 어떻게 자유가 없는 김정일의 독재체제하에 있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 한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며 “수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죽음을 당하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던 정권(노무현 정권) 담당자들이 강 교수의 인권만 앞장서 보호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지극히 혼란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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