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밀도 지구 재건축 사업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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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중층 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 용적률 하락 등의 암초에 부딪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반포고밀도지구에 속한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촌.

대부분 10~15층의 아파트로 이뤄진 서울 고밀도지구 8만여가구의 재건축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용적률이 220%로 떨어져 조합원 추가부담금이 크게 늘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조합과 시공사는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 등 기존 규제에다, 용적률 하락마저 겹쳐 재건축을 포기.보류해야 할 형편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대표는 "중층 단지는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인 곳이 많아 220%의 용적률로는 재건축을 해봐야 실익이 없다"며 "잠실동 주공5단지 등 기존 용적률이 낮은 일부 단지를 빼고는 사업 추진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주민 반발, 최종 고시에 촉각=서울시는 '고밀도지구 개발계획 변경안' 가운데 서초.반포.잠실 등 1차 고시지역 65개 단지에 대한 용적률을 220%로 정했다. 시는 관계기관 협의와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7~8월 중 변경안을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 청담.도곡.여의도.서빙고 등 2차 대상지는 내년 초, 이촌.압구정.가락.원효.이수 등 3차 대상지는 내년 상반기에 각각 고시할 예정이다.

1차 고시지역에는 잠원동 한신타운, 잠실동 주공5단지 등 강남권 대표 단지들이 포함됐다.

이 안이 확정되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용적률을 250~290%로 잡은 조합은 사업 계획을 바꿔야 한다. 2001년 조합인가 후 3년째 사업이 중단된 서초구 B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인 S건설 관계자는 "서울시 안이 확정되면 시공사 선정 때 조합에 약속한 내용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층 단지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고밀도지구 조합들은 저밀도지구와 형평을 맞춰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저밀도지구는 3종 용적률인 250%와 인센티브를 합쳐 275%의 용적률을 받았다. 잠실고밀도지구연합회 김우기 회장은 "개발이익환수제까지 적용될 마당에 용적률을 220%로 낮추려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공원.학교용지를 기부채납해 인센티브를 받으면 고밀도지구도 25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기부채납할 땅을 사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이 든다. LG건설 진병주 부장은 "고밀도지구는 땅이 좁아 단지 자체에서 기부채납할 땅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다른 땅을 사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추가부담금 얼마나 늘까=현재 1차 고시지역의 기존 용적률은 평균 ▶서초 215%▶반포 177%▶잠실 159%. 용적률이 220% 이하로 확정될 경우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인 단지는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어 조합원들이 부담금을 더 내야 한다. 기존 용적률이 138%인 잠실주공5단지 등 일부 단지만 인센티브를 받아 용적률 250%를 맞추면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H아파트(기존 용적률 192%)의 경우 2001년 시공사 선정 당시 용적률을 280%로 잡았으나 220%로 확정 고시될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급증한다. 36평형 조합원이 새로 짓는 47평형을 신청할 경우 용적률이 280%일 때 1억7010만원을 더 내지만 220%를 적용하면 3억491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부담금이 두 배로 느는 셈이다.

<표 2 참조>

기존 용적률이 165%인 송파구 A아파트는 사정이 낫지만 부담금이 느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존 25평형 조합원이 33평형을 배정받을 경우 250%일 때 추가부담금을 6930만원을 내면 되지만 220%가 확정되면 1억363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개발이익환수제까지 적용될 경우 사업성은 더 떨어진다. 대우건설 장성각 상무는 "고밀도지구는 기존 평형이 30평형대 이상이기 때문에 중소형 비율을 지키면 1대 1 재건축(가구수는 그대로 두고 평형만 늘리는 방식)을 할 수밖에 없어 부담금이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인 단지는 재건축을 포기하고 리모델링을 전환하는 사례가 많을 것 같다.

◆ 고밀도지구란=1976년 8월 잠실.반포를 시작으로 13개 지구, 141개 단지 8만4060가구가 지정됐다. 저밀도지구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구별하기 위해 따로 고밀도지구 개발계획을 마련해 재건축 등의 지침으로 삼았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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