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지뢰금지협약 미국·중국·러시아 불참으로 실효성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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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격심한 논란끝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합의된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대해 미국측이 즉각 수용거부를 발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대 이해당사국중 하나인 미국이 돌아섬으로써 지뢰금지협약의 실효성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22개 조항으로 된 이 협약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인지뢰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물론 지뢰의 개발.생산.비축등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협약은 또 비록 미국의 동참을 끌어내지는 못했으나 전체 참여국 가운데 40개국 이상만 비준하면 발효토록 돼있다.

결국 이번 오슬로회의에 참가한 1백여개국 대부분이 열렬히 지뢰사용 금지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반대의사와 관계없이 지뢰금지협약이 일단 발효될 것임은 확실시되고 있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서명거부 선언은 군사적 측면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조치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지뢰의 비윤리성에도 불구하고 가상적국의 대규모 육상 침입, 특히 한반도와 걸프지역에서의 도발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지뢰사용에 대한 '특별대우' 를 요구했다.

특히 3만7천여명의 미군이 배치된 한반도의 경우 비무장지대내에만 집중 매설된 덕분에 민간인 피해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들어 이 지역내 지뢰사용 묵인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오슬로회의에서 다른 국가들의 비협조로 당초 의도가 무산되자 미국은 대통령의 서명거부라는 특단의 조치로 대응하기에 이르렀다.

클린턴 행정부는 물론 비윤리적인 지뢰를 추방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완전히 외면키는 어려운 입장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국방부에 대인지뢰를 대체할 새로운 방어무기 개발과 지뢰제거를 위한 예산증액을 지시하는등 독자적인 지뢰억제 수단책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클린턴 행정부는 러시아.중국등이 참가하게 될 제네바 군축회담에 지뢰문제를 상정, 보다 유연한 틀 안에서 이 사안을 다뤄보겠다는 복안을 내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미국의 거부로 당초부터 냉담했던 러시아.중국.인도등 다른 주요 지뢰생산국을 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라고 설득하기는 더욱 어려워질게 분명하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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