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마신 할머니 머리좋다" 프랑스 역학연구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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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적당량의 포도주를 마셔왔던 할머니가 술을 전혀 안마셨던 할머니들보다 머리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메리칸저널오브에피데미올로지는 노화 (老化) 와 혈관.뇌기능 변화와의 관계를 조사하는 역학연구가들이 프랑스 낭트시에 거주하는 59~71세 노인 1천3백89명 (여성 8백15명, 남성 5백74명) 을 대상으로 실시한 뇌기능 검사결과를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기억력.학습력.문제해결 능력등 뇌기능 검사에서 상위 10%를 차지한 이들 가운데 매일 2~5잔 이상의 포도주를 마셔왔던 할머니들이 금주했던 할머니들보다 2.5배나 많았다는 것. 또한 매일 포도주를 1~2잔정도 마셨던 할머니들도 금주했던 할머니들보다 상위 10%안에 드는 이가 1.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같은 결과는 알코올이 혈압.혈액순환을 좋게해 뇌혈관의 동맥경화를 늦추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며 이는 적절한 적포도주 섭취가 성인심장병 예방에 좋다는 사실과 유사한 기전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남성노인들은 포도주 섭취가 뇌기능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남녀 (男女) 간 알코올 소모와 인지기능간의 상관관계에 차이가 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간 여성이 남성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2~3배 많이 걸리며 여성호르몬 치료로 치매가 예방된다는 보고 등을 통해 호르몬이 치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여겨왔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羅悳烈) 교수는 "음주가 치매에 나쁜 것으로만 보고됐던 종래의 연구결과와는 달리 적정량의 술이 뇌기능을 좋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며 "단 이는 포도주만 국한된 연구결과로 양주.막걸리.맥주 등 다른 주류에는 아직 적용할 수 없으며 반복적인 검증 또한 필요하다" 는 견해를 보였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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